50년 앞소리꾼 조정인옹

“요즘은 웬만하면 앞소리꾼을 부르지 않지, 예전 같으면 사흘이 멀다 하고 각 지방을 다니며 구성진 선소리로 망자의 명복을 빌며 극락세계로 인도했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해.”

“지방마다 그 형식이나 내용이 다 다르니 선소리 역시 ‘이건 이거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어, 어느 정도 그 동네의 장의풍습과 망자에 대한 이야기쯤은 미리 알아둬야 해.”

부친을 따라다니며 한두마디씩 배운 것이 계기가 돼 29세부터 50년째 앞소리꾼으로 살며 8남매 모두 공부시키고 결혼도 시켰다는 앞소리꾼 조정인(79·사등면 언양리) 옹.

부친 30년을 합쳐 80년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자식들은 앞소리를 ‘통’ 배우지 않으려고 해 가업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조정인옹.

다행이 앞소리를 배우려는 젊은이들도 가끔 있으나 열정이 부족해 수십년 노하우를 다 가르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털어놓는다.

거제는 물론 통영 진주 진동 등 서부경남이라면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들 불러주었다며 앞소리꾼으로써 자부심을 갖고 있는 조정인옹.

“몇십년 전에야 삯이라도 제대로 받았는가? 담배 한보루나 잘하면 1만원 정도 받았지. 요즘은 세상이 야박해져 모두 돈으로 해결하려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소리꾼이 회심곡을 빌어 선소리를 넣고 상두꾼들이 일렁일렁 발걸음 맞추어 장지를 향해 움직인다. 살아생전에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건너다녔을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널때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상여가 멈춰 선다.

이제 가면 정말 다시는 건널 수 없는 다리이기에 그냥 갈 수가 없다는 듯 멈춰 선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허~ 어~허~ 저승길이 멀다 해도 삽작(대문) 밖이 황천이네 어~허~ 어~허~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저승길로 나는 간다 어~허~ 어~허~ 니를 두고 혼자 가니 서러워서 못 가것네 어~허~ 어~허~.’

선소리와 후렴을 주고 받으며 망자의 명복을 빌자 꽃상여 새끼줄에 저승길 노잣돈이 걸리고 꽃상여는 다시 움직인다.

조정인옹에 따르면 선소리의 후렴은 호상과 참상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지만 주로 거제지역에는 ‘나무아미타불’을 많이 사용한다고 전하면서 호상이고 노잣돈이 많이 걸리며 앞소리꾼과 상두꾼도 덩달아 흥이 난다고 말했다.

산수(80세)를 앞두고 있는 나이지만 아직도 무논에서 논일을 도울 정도로 건강한 모습인 조정인 옹.

“젊었을때는 판소리도 몇 번 들으면 모두 기억하고 따라했었는데 이제는 수십번 들어도 금방 잊어버려 인생무상을 느낀다”며 “앞으로 몇 년을 살지 모르지만 살아생전 거제의 선소리를 이어갈 앞소리꾼을 만나 선대부터 이어온 회신곡을 후세에 전해주고 싶다”며 “열정을 갖고 우리 전통문화를 배울 꾼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백년 다 살아도’ ‘어~허~어~허~’ ‘병든 날과 잠든 날과’ ‘어~허~어~허~’ ‘걱정근심 다 제하면’ ‘어~허~어~허~’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어~허~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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