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논쟁이 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의미에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뿌리 깊게 형성된 갑·을 문화 청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다. 이 문제를 청산하기 위해 정부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정규직을 늘리려는 의도도 갑·을 문화 청산과 결코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갑·을 문화 청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무풍지대가 딱 한군데 있는 듯하다. 바로 정치권이다.

지난 3일 거제를 비롯해 충남의 3개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을 만나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달 13일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일치하지 않는 지역으로 분류돼 승인보류된 당협위원장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지역 당원들이 합당한 절차에 따라 선출한 당협위원장이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앙당 승인에서 보류될 이유가 새누리당 당헌, 당규 중 그 어느 곳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 단지 정치적 이유로 이들은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국회의원이 되면 '갑'이고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당원들이 지지해도 '을'이나 그보다 못한 처지가 되는 것이다. 또 중앙당이 '갑', 지역은 '을'인 셈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처럼 정치적으로 갑·을 문화가 고착된 새누리당을 대표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갑·을 문화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갑·을 문화 청산에 대한 개념이 확고히 서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정치권에서 갑·을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절대 이 문화를 청산할 수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 최대 비리가 대부분 정치권에서 터진 것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그 이면에 중앙당 중심의 정당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공천권 행사를 위한 중앙당으로의 모든 권한의 집중이 비리의 원천이고 갑·을 문화를 자연스럽게 형성시켰다.

이 문화를 깨지 않고는 아무리 정부가 나서서 갑·을 문화 청산을 외쳐봐야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갑·을 문화를 청산해야 할 곳은 두고, 번지 수 잘못짚고 엉뚱한 곳에서 갑·을 문화 청산을 외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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