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무렵에 면도하기 - 무라카미 하루키 著

▲ 정주화/회사원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문학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유명한 작가라는 건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하루키 작가의 소설이라면 찾아서 읽을 만큼 존경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하루키의 전형적인 소설과는 달랐다. 평소 하루키의 책을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는 하루키가 일본의 패션잡지 앙앙에 연재한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에세이를 한 해 연재분으로 묶은 책으로 소설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기 비법은 하루키만의 '해피 바이러스 전파' 덕분이 아닐까싶다. 작가의 시선에서가 아니라 서민들의 시선에서 공감해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작가의 어법은 읽는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고 친근감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갓 튀겨낸 도넛은 색깔이며 향기며 씹었을 때 바삭한 식감이며, 뭔가 사람을 격려하는 듯한 선의로 가득 차 있다. 많이 먹고 건강해집시다. 다이어트 따위, 내일부터 하면 되잖습니까'라는 부분은 다이어트로 고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환호성을 자아낼만한 말이다. 그 밖에도 '내가 이상한가'라며 물음을 던지거나 엉뚱한 표현으로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문장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긍정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다.

'무라카미 라디오'의 에세이 한계는 어딜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매번 '어떻게 이런 일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 감탄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인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가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또 다시금 나를 설레게 한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소설에서 보다 삶을 표현하는 에세이집에서 작가의 명성을 발휘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