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석탄을 캐는 탄광 갱도의 끝을 막장이라고 한다. 갈 데까지 다 갔다는 뜻이다. TV에서 말도 안 되는 설정의 유치찬란한 극을 '막장드라마'라고 부른다. 시청자는 희한하게도 욕하면서도 그 내용에 속속 낚여 들고 만다.

지금 우리나라는 보름 넘게 매일 방영되는 막장드라마 한 편을 보고 있다. 무대는 미국 뉴욕, 주인공 '윤창중'은 자기 생일날 밤을 뜨겁게 달구어 줄 상대를 찾아 술에 취해 거리를 헤집고 다닌다.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젊고 예쁜 여대생 인턴을 오전 6시쯤 주인공의 방으로 호출하고 인턴이 문을 열렸을 때 주인공은 알몸 상태로 서 있는 장면이다. 19금(禁) A급 포르노에서나 있을 법한 기막힌 연출이다.

인턴 여자가 예쁘면 예쁠수록, 주인공과 나이 차가 많으면 많을수록 관음증에 빠진 시청자는 이 불륜의 막장드라마를 더 보고 싶어 한다. 미국 방문 중 박근혜 대통령이 입었던 그 우아한 한복 색깔은 관심에도 없어져 버렸다.

"지하 1층 허름한 바에서 30분 동안 아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오면서 제가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으로 싱거운 극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허리'와 '엉덩이'의 차이, '툭 치는 것'과 '움켜쥐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침에 호텔로 찾아온 여성에게 '여긴 왜 왔어? 빨리 가!'하고 호통 쳐 쫒아내는 것과 '벌거벗고 서'있는 그 차이가 멀면 멀수록 극의 전개는 복잡하게 얽힌다.

그런데 이런 줄거리는 너무 식상타. 흔해 빠진 게 이와 비슷한 줄거리다. 정치인들이 문제만 터지면 첫 일성이 '나는 그런 사람 모른다' 조금 지나면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 또 조금 지나면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 너무나 뻔한 반전처럼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말 속에 성적인 냄새를 솔솔 풍기는 막장드라마의 재미에 사람들은 빠져 있다.

이 극의 대단원은 어떻게 꾸며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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