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4년 동안 교도소에 있던 남자가 출소하기 전에 그동안 자기를 외면했던 아내에게 이제라도 나를 용서해 줄 수 있다면 집 앞 느티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 달라고 편지를 썼다.

남자는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어 고향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노란 손수건이 걸려 있지 않으면 그대로 지나칠 생각이었다. 고향집이 가까워질수록 남자는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남자의 사연을 알게 된 승객들은 모두 차창 밖을 응시하며 긴장한다. 차가 집 앞에 가까이 왔을 때 갑자기 승객들이 환호를 질렀다. 혹시라도 남자가 보지 못하고 지나칠까봐 아내는 온 가지에 노란 손수건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것이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 속의 손수건은 왜 하필 노란색이었을까?

노란색은 멀리 있어도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이다. 노랑은 유채색 중에 가장 명도가 높은 색이다. 어린이 통학버스와 놀이시설이 노란색이다. 경고나 주의를 알리는 표지판도 노란색을 쓴다.

노란색은 막힌 것을 뚫어주는 건강한 색이다. 추운 겨울을 제일 먼저 뚫고 나오는 것이 노란 산수유꽃이고 민들레다. 변비가 있는 사람은 노란색 과일을 많이 먹고, 화장실에 노란 수건을 걸어두면 도움이 된다. 팬티도 노란색 계통이 좋다. 건강한 사람의 변은 황금색이다.

노란색은 땅의 색이다. 천자문의 첫 구절이 '천지현황(天地玄黃)'이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물결을 일으키는 가을 들판처럼 대지의 어머니 색이다.

노란색은 순결의 색이다. 결혼한 여자는 '녹의홍상(綠衣紅裳)'이라고 해서 연두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었지만, 처녀일 때는 노랑저고리를 입었다. 노란색은 순결과 젊음을 의미한다.

노란색은 자극의 강도가 높은 강렬한 색이다. 따라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흥분하게 만든다. 시위대가 휘두르는 깃발에 노란색이 많은 것도 이 탓이다.

선거 때가 되면 거리를 노랗게 물들이던 민주통합당의 상징이던 노란색이 이제 당명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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