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영국 코벤트리 대성당 앞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알몸으로 말을 타고 있는 여인의 동상이 있다. 거룩한 대성당에 애마부인이라니 이해하기 힘들지만 거기에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

이 알몸의 여인은 11세기 경 코벤트리 지방을 관리했던 영주의 부인인 고다이바( Godiva)여사다. 욕심 많은 영주가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자 부인이 남편에게 세금을 낮추어 달라고 귀찮도록 요구하자 영주는 아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안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부인은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다음 날 알몸으로 말에 올랐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창문을 잠그고 커튼을 내리고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다.

그 와중에 호기심을 참지 못한 '톰'이란 사내가 커튼 사이로 살짝 훔쳐보다가 눈이 멀었다는 전설이 있다. 영국에서는 여자를 훔쳐보는 사람을 '피핑 톰(peeping Tom)' 이라고 한다.

인간은 다양한 이유로 옷을 벗게 되지만 특히 여성이 옷을 벗는 일은 남성보다 훨씬 성적 이벤트가 되기 때문에 여성의 알몸시위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여성 50명이 이라크전을 반대하며 잔디밭에 나체로 누워 평화를 뜻하는 'PEACE'자를 만들었다.

2007년 스페인에서는 한 식당 경비원이 수유 중인 여성을 쫒아내자 며칠 뒤 50여 명의 엄마들이 식당에 몰려와 당당하게 한쪽 젖가슴을 내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시위가 외신을 탔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회원들의 모피 반대 알몸누드 시위는 이미 잘 알려진 일이고, 지금은 우크라이나 여성인권운동단체 피멘(FEMEN) 회원들이 웃통을 벗어 던지고 벌리는 상반신누드 퍼포먼스가 세계 뉴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피멘 누드 시위여성들이 한결같이 날씬한 몸매와 빼어난 미모를 지닌 2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의 상품주의'라는 비판 또한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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