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체, “나아지던 실적개선 전망 어두워지나” 촉각 곤두

조선용 후판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원자재인 슬래브의 국제가격 급등과 국내 조선업계의 후판 사용량 증가 현상이 맞물려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판 값 인상은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의 수익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국내조선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제 슬래브 가격은 지난해 말과 올 초 톤당 4백80~5백 달러에서 올해 4월 5백90달러로 급등했다.

이 같은 가격은 원자재 대란을 겪은 2005년 상반기의 평균가격 5백70달러보다 높은 것이다. 따라서 후판 생산업체인 동국제강은 이달 1일자로 비조선용 후판 가격을 톤당 67만원에서 73만원으로 9%가량 올린 데 이어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이번 주부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를 중심으로 한 조선업계와 사전 협상을 거친 뒤 늦어도 이달 안에 가격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조선용 후판을 공급하는 업체는 포스코와 동국제강 2곳뿐이다. 동국제강은 국내 수요량의 30%에 육박하는 1백60만~1백70만톤을 공급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이보다 많은 2백10만톤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값 인상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후판가 인상이 자칫 올해 실적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

조선업체 관계자는 “비조선용 후판 가격이 9% 올랐다면 조선용 인상폭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후판 사용량이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파른 가격인상은 조선업계 실적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후판값 인상폭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자칫 철강업체와의 불편한 관계로 물량을 줄인다는 얘기가 나올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조선업체 구매담당자는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현재 시급한 문제는 적정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불과 한 달 전에 조선용 후판 가격을 올려 조선용 후판가 추가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19일 주문 분부터 조선용 후판 가격을 톤당 58만5천원에서 60만5천원으로 인상했다.

한편 국제 슬래브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미주·러시아·중동 등 주요 철강수요 지역의 경기호조로 수요가 늘어난 반면 글로벌 철강사들은 반제품인 슬래브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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