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著

▲정기성(회사원)
아무것도 하기싫을 때 우린 어떤 것에 합리화 시키게 된다. 특히 요즘같이 봄꽃이 만개하고 좋은 날씨가 연속일 때면 "날씨가 너무 좋아서" 혹은 "갑자기 기분이 센치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하던 것을 멈추고서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반대로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볼펜이 고장나서"나 "의자가 불편해서" 등과 같이 내 탓보다 장비 탓으로 돌리는 것이 이기적이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이다.

이 책은 그럴 때 느끼는 나의 심정을 적절히 대변해준다. 객관적으로 정의하면 신경숙 작가가 한순간 느끼는 감정을 치유해주는 소품집이라고 해두자.

그렇다고 괴리감이 있는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런 이야기가 작가의 손을 통해 나에게 돌아와 또 다른 의미가 되고 평범한 줄 알았던 소박한 이야기가 밝고 경쾌한 리듬을 타고 스며들어 웃음 짓게 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학창시절 별명으로 친구를 기억한다'는 내용을 읽으며 책을 보며 웬만한 글귀에도 잘 웃지 않던 내가 참으로 통쾌하게 웃었던 것 같다. 쓴웃음이 아닌 마음속에서 우러난 행복한 웃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경숙 작가는 평범한 것도 특별하게 풀어내는 언어의 마술사인 듯 하다.

이 밖에도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너무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하기 어렵고, 내 이야기를 비밀로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

아마 많은 신경숙 작가의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작가의 책 중에게 가장 명량하고 공감하는 작품일 거라고. 글을 보면 알 수 있듯 그가 이런 작품을 낸 것은 한순간의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 오래전부터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자기계발서와 같이 독자에게 자극을 주는 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 책과 같이 마치 나의 일기장을 한번 열어보는 듯 사소한 일상을 친근하게 보여주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힐링 도서'가 요즘 같은 세상에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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