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칼럼위원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제2차 세계대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에 프랑스를 점령했던 독일은 독일에 강력하게 저항했던 레지스탕트들을 포로로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극형에 처했습니다. 그때 수많은 레지스탕트들이 감옥에서 처형을 당했는데 그 중에는 레지스탕트가 아닌 사람들도 없잖아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일어나서 자신은 레지스탕트가 아니며 전투에 참여하지도 저항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를 했습니다. 그는 항변하기를 자신은 이 레지스탕트들과 다르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처형 되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항변했습니다.

자신은 독일군을 향한 저항운동을 펼친바도 없으며 또한 그 전쟁에 관심을 가진바도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자신은 열심히 장사를 하며 돈을 벌었을 뿐 정치나 전쟁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하면서 자신은 잘못 잡혀온 사람이라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는 울부짖으면서 말하기를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며 유대인도 아닙니다. 나는 저항운동을 결코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야 한단 말입니까?"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때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한 레지스탕트가 조용히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프랑스사람으로서 프랑스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의 잘못입니다. 당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합니다. 우리의 조국 프랑스에서 전쟁이 5년이나 계속되고 있으며,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처참하게 피를 흘리고 죽어 갔으며,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되고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신과 함께 하며 당신을 보호해 준 당신의 나라 프랑스는 독일군의 손아귀에 완전히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은 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단 말입니까?"하고 호통을 쳤습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 아무런 사명도 감당하지 않았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 치명적인 잘못이요, 죄과라는 사실입니다. 이 이야기는 『로베로 장군』이라는 프랑스 영화 속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사실 이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아닙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숭고한 희생의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을 때, 그는 국가와 민족을 외면한 채, 자기 자신만을 위해 행동함으로 국민의 의무를 외면한 사람이요, 국가의 미래를 포기한 사람입니다. 위기에 빠진 나라와 민족 앞에서 국민이 반드시 감당해야만 하는 막중한 사명을 망각한 사람입니다. 이것이 바로 죄요 정죄를 받아야만 하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25에 보면 예수님의 비유 가운데 달란트비유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 주인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종 세 사람에게 금 다섯 달란트(Talent)와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기고 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종들과 결산을 하면서 금 다섯 달란트를 받아 다섯 달란트를 더 남긴 종과 두 달란트를 받아 두 달란트를 더 남긴 종에게는 큰 칭찬과 함께 위로와 축복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 달란트의 금을 받아 그 돈을 가지고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은 채 묻어두었던 종에게는 엄한 책망과 함께 징계를 가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나는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로 네가 알았느냐 그러면 네가 마땅히 내 돈을 취리하는 자들에게나 맡겼다가 내가 돌아와서 내 원금과 이자를 받게 하였을 것이니라 하고 .....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 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마25:26-30)그랬습니다.

책임이 맡겨지고 사명이 주어졌을 때, 그 책임과 사명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엄한 징계와 함께 정죄의 대상이 되고 심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이 땅을 복되게 해야 할 사명자로 보냄을 받은 자요 또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으로부터 시대적 사명을 받은 자들입니다.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정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사명에 열심을 다함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가는 새로운 봄 나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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