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전통적으로 한국 대통령의 상징 문장은 봉황 한 쌍이 마주 보는 대칭 무늬로, 봉황은 성군이 출현하거나 세상이 태평성대일 때 나타나는 상상의 길조(吉鳥)다.

닭의 머리, 제비의 턱, 뱀의 목, 학의 다리, 거북의 등, 원앙의 깃털, 매의 발톱, 물고기의 꼬리를 닮았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는 몸으로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을 틀지 않고, 천년에 한 번 열리는 죽실(竹實)이 아니면 먹지를 않고, 예천(禮川)의 물만 마시고 산다고 전해온다. 고고하고 품위 있는 기품 때문에 옛날 중국 황실에서는 왕비에 비유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봉황을 사용한다.

봉황을 한자로 쓸 때 두 자 모두 바깥을 에워싼 범(凡)은 모두를 다스리고 거느린다는 총(總)의 의미를 두고, 봉황이 날면 뭇 새들이 다 따라 날아오르는 것이 군주의 덕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용과 학 사이에 태어났으며, 봉황의 봉(鳳)은 수컷으로, 양(陽)이며, 태양이다. 황(凰)은 암컷으로, 음(陰)이며, 달에 속한다. 따라서 '봉지구황(鳳之求凰)'이라 함은 봉이 황을 구하는 것으로 곧 남자가 짝을 구함을 뜻한다. 암수가 늘 쌍을 이루기 때문에 부부도 그렇게 금슬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베개에 봉황을 수놓기도 한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봉 잡았다'고 하고, 일이 뜻대로 안되고 수포로 돌아갈 때는 '말짱 황이다'고 말한다. 이때의 황은 봉황의 황이 아니고, 마작의 원형인 골패노름에서 짝이 맞지 않는 최악의 끗수를 황이라고 한데서 온 말이다.

본래는 암수가 구별되지 않고 봉(鳳)으로만 사용되었지만 조선시대 왕실의 문양에는 '봉'의 꽁지에 꽃을 장식해 '황'보다 화려하게 표현하여 모양을 달리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을 상징하는 표장(標章)은 봉황이 마주 보고 선 가운데 무궁화가 그려져 있는데 엄격히 말하면 암수가 구별된 '봉황'이 아니고 '봉봉'이거나 '황황'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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