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환경규제 강화에 맞춰 연비효율성 뛰어난 선박 개발에 박차

국내 조선업계가 '고효율·친환경 선박(Eco-Ship)'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민영통신 뉴시스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선박의 경쟁력이 크기나 속도를 기준으로 판단됐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각종 환경규제에 맞출 수 있고 연비 효율성이 뛰어난 선박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선주들의 친환경 선박 발주에 대한 관심도 이미 오래 전부터 높아져 국내 조선업계도 최적 운항 속도에 적합한 선형을 개발하는 등 고효율·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친환경 바람으로 인해 선박의 모양도 바뀌는 추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연비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박의 속도를 높여 운항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선주사들이 '길고 잘빠진 몸매'의 선박보다는 '듬직한 몸매'의 선박을 선호한다는 것.

따라서 기존의 선박들이 속도를 위해 조금 더 길고 유선형인 앞모양을 가지고 있었다면, 앞으로의 선박은 넓적하면서 좀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엔진 및 엔진룸은 소형화하고 화물창은 극대화해 선박의 운송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박 설계의 트렌드가 바뀔 것이란 예상이다.

STX조선해양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최적 운항 속도에 적합한 선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2011년 말 출범한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최적선형을 개발해 연료 효율이 높은 선박을 만들어 향후 수주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은 파도 저항을 최소화하는 최적화된 선형과 공기방울에 따른 공동(Cavitation) 현상을 최소화하는 프로펠러, 러더(방향타) 등을 적용해 10% 이상의 연료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선박을 건조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동일한 엔진과 동일한 연료를 소모하면서도 더 많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선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세이버 핀(SAVER-Fin)은 선박 외판에 장착하는 구조물로, 선체 주변 물의 흐름을 제어해 선박 운행에 소요되는 연료를 줄여주는 대표적인 연료저감 장치다.

이 장치를 장착한 선박에서는 최대 5% 가량 연비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선체 진동도 약 5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비와 함께 한층 강화된 환경 규제도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선박제조연비지수(EEDI)에 대한 규정을 의무적으로 적용했다. EEDI란 선박의 연비효율을 나타내는 지수로, 1t의 화물을 1해상 마일(1.852㎞)을 운반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의미한다. IMO는 선박의 EEDI가 일정한 수준을 넘지 못하면 선박을 아예 운항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오염물질 배출은 줄이고 에너지 효율은 높이는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기름이 아닌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하는 선박용 추진 시스템이 그 대표적인 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5월 덴마크의 만디젤과 함께 고압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하는 선박용 추진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천연가스 엔진을 사용할 경우, 동급 출력의 디젤 엔진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23%, 질소산화물(NOx)는 13%, 황산화물(SOx)은 최대 92%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이 선박 추진시스템을 1만40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1200만 달러 이상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세계 처음으로 G-타입(Green Type)의 친환경 선박 엔진 제작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G-타입 엔진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고효율 추세에 맞춰 현대중공업과 만디젤&터보사가 공동개발한 것이다. 기존 동급엔진 대비 최대 7%의 연비 향상과 약 7%의 유해가스 저감이 가능한 선박용 대형엔진의 최신기술인 '울트라 롱 스트로크(Ultra Long Stroke)'가 적용됐다.

이 엔진을 탑재한 포스트파나막스(7500TEU)급 컨테이너선을 운항시 연간 약 32억원,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에 적용 시 연간 약 14억원의 연료비 절감이 가능하다. 선박 평균수명을 25년으로 가정하면 각각 800억원과 350억원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삼성중공업은 2010년 녹색경영을 선포하면서,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까지 30%, 2030년까지는 70%를 감축한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고 녹색 사업장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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