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영화 빠삐옹은 '앙리 샤리에르'의 실화소설을 1973년 영화화한 것이다. 빠삐옹은 불어로 '나비'라는 뜻으로 주인공의 가슴에 새겨진 문신이다.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무기징역형을 받은 빠삐옹이 꿈에 죽어 재판을 받는데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자 재판관은 '인간이 짓는 죄 가운데 가장 큰 죄는 인생을 낭비하는 죄'라는 대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영원한 화두다.

빠삐옹은 다시는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아홉 번의 탈출을 시도한 끝에 성공한다. 화면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으로 노인이 된 빠삐옹(스티브 맥귄 분)이 악마의 섬 절벽에서 뛰어내려 코코넛 자루를 타고 푸른 파도를 타고 멀어져 갈 때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주제곡은 자유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뼛속 깊이 전해준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세상에 이런 가혹한 처분이 있느냐지만 그가 감옥에서 보낸 19년은 빵 한 조각 훔친 단순한 절도 때문이 아니라 여러 번 탈옥을 시도하다가 가중처벌된 것이다.

미국 한 방송사 사장인 피터 멀로이(64세)씨가 소지하고 있던 아동 포르노 가운데 50건을 정식기소하여 1건당 징역 20년씩 도합 100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일이 세계의 화제다. 책상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여직원들의 치마속을 촬영한 죄 등은 1000년 징역형과 동시진행이기 때문에 실제는 1000년보다 더 많은 형을 선고 받았다.

아동 성폭행도 아니고 단순히 음란물 소지죄로 징역 1000년인데, 지난해 12월 경기도 여주에서는 네 살배기 여자 아이를 성폭행한 이웃집 아저씨 임모(42)씨에게 법원이 정하고 있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이 선고된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2008년 모든 국민을 분노케 한 '나영이 사건'의 주범 조두순에게 내려진 처벌은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로 징역 12년에 불과했으니, 1000년의 징역형과 비교하면 어이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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