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결국 낙마하고 말았지만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나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문회를 해보니 염라대왕 앞에 가면 이런 식으로 심판받나 싶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럼 우리만 그런가? 인사청문회의 모델이 되는 미국은 더 철저하다. 청문회 해당 공무원은 60쪽이 넘는 '개인정보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그리고 공직자윤리국에서 실사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거주지를 샅샅이 훑고, 최근 15년간 해외여행 뿐 아니라 심지어 옛날 학창시절 친구의 증언까지 채집한다. 이런 탓에 인사청문회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백악관의 인사검증에서 탈락되고 만다.

대학등록금을 대출 받았다가 안 갚았다는 이유로, 한 때 알코올중독이었다는 이유로, 불법 이민자를 가정부로 채용했다는 이유 등 어떻게 보면 사소한 문제에 걸려 자진사퇴하거나 낙마한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 4대 불법과목이라 칭하는 병역면제,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가 있었다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럼 이 제도가 현대정치제도의 산물인가? 그렇지 않다. 고려시대에는 모든 관료에게, 조선시대에는 4품 이상은 대간(臺諫)의 탄핵으로, 5품 이하 신임관리의 임명은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혈통이나 범죄여부를 본인 뿐 아니라 내외사조(內外四祖) 곧, 본가·외가·처가의 4대조까지 샅샅이 신원을 조회하게 된다.

비록 임금이 임명했다 하더라도 50일 이내에 대간이 임명을 동의하는 서경(署經)을 통과하지 못하면 관리가 될 수 없었다. 왕조시대지만 왕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보다도 더 엄격한 관리 임명 절차가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이런 서경을 무시하고 멋대로 인사 전횡을 휘두른 임금은 연산군뿐이다.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었는데 그것이 하나의 통과의례로 여기거나, 여야가 입장이 바뀌면 같은 문제도 다른 잣대로 들이대는 오늘날이 옛날보다 더 느슨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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