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만감류연구회 이승국 회장

일년에 5∼6차례 착과 돼 쉴 틈 없어…꾸준히 느는 소비자에 긍지 느껴

"다른 과실과는 달리 한라봉은 일년 365일 손이 가는 작물입니다. 1·2월 수확을 하고 나면 3월부터 다시 관리에 들어가야하니 농민의 노력이 엄청 많이 들어가지요. 때문에 권장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노력 대비 소득도 괜찮은 편이어서 힘든 작업 과정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꽤 매력있는 과실입니다."

거제시만감류연구회 이승국(58) 회장은 포도 등 다른 과실의 경우 휴면기가 있기 때문에 농민들도 쉴 틈이 있지만 한라봉의 경우 연중 손이 가는 과실이다보니 한라봉 재배가 몸에 익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회장은 "다른 과실의 경우 새순이 2∼3차례 돋아나는 반면, 한라봉의 경우 많게는 일년에 5∼6회 새순이 돋고 꽃을 피워 착과가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수확 후에도 가지 전정작업부터 적과(과일을 솎아내는 작업) 등 쉴 틈이 없어 농가에서는 '미친 나무'라고 부른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라봉의 일본명인 부지화(不知火)도 그래서 붙은 이름이다. 즉 어디서 불이 날지 모를 정도로 여기 저기 가지에서 때와 장소를 잊고 새순을 돋우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농민들은 수시로 나무를 살펴보고 관리할 수 밖에 없다고.

이 회장이 평가하는 거제 한라봉의 맛은 '감미로움'. 이 회장은 "표현하기가 참 어려운 맛을 가지고 있는데, 달고 새콤한 것이 적당하게 잘 조화된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과일이지 쉽다"며 "계속 먹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과일이 바로 한라봉"이라고 설명했다.

한라봉은 보통 봄에 새순이 돋고 꽃을 피워 5월께 착과가 이뤄지며 6월 하순 적과, 7월 하순 2차 적과 작업을 거쳐 열매 직경이 3∼5cm가 되면 가지가 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달기 작업을 하게 되고, 이후 위치 선정과 배열 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하우스 재배 이후 어느 정도 기온만 맞으면 자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바람에 그 시기도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 회장은 "아직은 거제 한라봉이 유명세를 타고 있지는 않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이 많이 난 상태"라며 "한 번은 어느 관광객이 한 박스를 구입해서 먹어보고는 그 맛에 반해 지인들에게 선물한다며 86박스를 주문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농민이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게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맛이 좋고 품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그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계속 늘어날 때 긍지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어업을 하다 힘에 부쳐 7년여 전에 농업으로 전환했다는 이 회장은 그 동안 금귤과 알로에 등도 재배를 해봤지만 한라봉의 매력에는 못미쳤다고 한다. 고령화 돼가고 있는 농촌사회의 현실에 대해 이 회장은 마지막 당부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회장은 "60세 전후의 나이든 농민들도 제주 등 선진지에 가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정도로 열의를 가지고 있다"며 "이런 고령의 농민들의 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설 투자비 지원 등 다양한 농업 살리기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친환경을 고수하고 있는 거제 한라봉 농가. 농민들의 끊임없는 열정과 향긋한 땀방울이 고스란히 묻어있기에 거제 한라봉은 이미 전국 '넘버 원'의 자리를 차지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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