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칼럼위원

▲ 천창수 송진교회 목사
어린 외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하나뿐인 이 아들이 너무 약속을 지킬 줄을 몰랐다. 만약 이대로 자란다면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에게 신용 없는 사람으로 찍힐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아버지는 약속을 지킬 줄 모르는 아들의 버릇을 고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들이 또 약속을 어겼을 때 아버지가 아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약속을 어기면 그 때는 추운 다락방에 가둬버릴거야!" 그러나 아들은 또다시 약속을 어겼다. 아버지는 아들을 다락방에 가두고 말았다.

그런데 그날 밤은 유난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기온이 뚝 떨어져서 몹시 추웠다. 다락방에서 떨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이 부부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아내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가서 아들을 불러와야지 도무지 걱정이 돼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슬그머니 일어나는 것을 보고 남편이 말했다. "당신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애를 지금 다락에서 데려오면 아이는 앞으로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게요." 아내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조금 있다가 남편이 슬그머니 일어나면서 말했다. "화장실에 다녀오리다." 남편은 화장실에 가는 체 하면서 다락으로 올라갔다. 추운 다락방의 딱딱한 방바닥에서 아들은 이불도 없이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그 옆에 말없이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아들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렇게 긴긴 겨울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눈을 뜬 아들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창가에 쏟아지는 별빛은 사랑으로 가득 찬 아버지의 따뜻한 눈빛처럼 느껴졌다. 가장 추운 곳에서 마음은 가장 따뜻한 밤이었다.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근본 하나님이신 예수님은 하늘 영광 다 버리고 이 땅에 오셨다. 따뜻한 안방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셨다. 세상이라는 다락방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를 보듬어 주시기 위해서 하늘 영광 다 버리고 이 땅에 오셨다.

우리를 위로 하시고, 우리에게 새 힘을 주시고, 우리를 감싸 주시기 위하여 친히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 우리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혹독한 세상의 한파에 떨고 있고, 고난의 한파에 고통하며 아파하고 있을 때, 찾아와서 안아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이 은혜가 바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이 마음을 깨달을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다는 성탄의 소식은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셨다. 그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이다.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실 하나님이 우리를 찾아오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절망이 아니요 희망이다. 우리는 이제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다. 이제 낙담이 아니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희망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백성이 된 것이다.

예수님께서 가져오신 구원은 영원한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것을 놓고 구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세상의 것은 아침에 피었다가 지는 꽃과 같다. 그런 것을 주시려고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영원한 것, 없어지지 아니할 것, 하나님과 더불어 영원토록 누릴 그 영광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사람의 몸을 입고 오셨다. 그러므로 그 구원자가 오신 것을 믿는 사람은 예수님 때문에 기뻐하지 아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그 마음을 알 때 우리는 구주 이 땅에 오신 성탄의 기쁨을 항상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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