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著

▲ 박종원(26·학생)
뜬금없는 소리지만 밤하늘을 보는 걸 좋아한다. 어린 시절부터 쭉 그래왔다. 언제, 무슨 이유로 밤하늘을 뚫어지게 보는 이상한 취미가 생겼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은 다만 밤이 고마워 하늘을 본다. 밤이 주는 어두움이 없다면 연인들은 키스를 할 공간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를 헤맬 테고 퇴근 후 하루를 마무리 하며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둠은 공포를 주지만 동시에 자기만의 은신처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모두가 자기만의 공간에서 숨을 고를 때, 밖에 나와 차가운 캔 맥주를 마시며 밤하늘을 쳐다보는 건 나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어둠이 주는 특유의 안락함이 좋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강원도에서 본 밤하늘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은하수를 본 순간이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한데 모여 금색과 은색과 코발트색이 섞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빛을 냈다. 말 그대로 별의 강이었다.

그때 본 은하수의 별들은 자신의 밝기를 서로 겨루지 않았다. 크든 작든 밝든 어둡든 상관없이 저마다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별들의 작지만 당찬 개성이 광대한 우주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세상 사람들에게 별이 없는 하늘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게. 단 하나의 영광, 단 한 번의 승부,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의 세상. 사람들이 우주의 별이 단 하나인 것 같은 인생을 살게 된 건 어쩌면 우리 곁에서 별이 사라지기 시작한 그때부터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수필인 '지지 않는다는 말'을 쓴 소설가 김연수의 문장은 그래서 은하수의 별을 닮았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일상을 배경으로 스스로가 오롯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삶에 대해 말한다.

우리 모두는 작지만 저마다 독특한 광채를 가진 존재들이다. 경쟁의 일상화가 우리를 별이 아닌 별똥별로 만들고 있었을 뿐. 서로가 모르는 각자의 매력은 지금도 그렇게 모두의 가슴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빛나고 있다.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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