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著

이영지 지세포중학교 교사
권할 만한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늘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후 십 수년 동안 쏟아지는 책들을 읽었지만, 어떤 책보다 뛰어난 지적 황홀감과 역사적 생동감, 추리와 모험으로 이어지는 재미, 신비로움과 같이 읽는 즐거움을 모두 쏟아 놓은 한 편의 명작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최고 지성인으로 천재학자 에코가 쓴 추리소설이다. 14세기 초 실제 프란체스코 수도사였던 아드소의 기록이라는 서두를 달아둬 실제 역사적 기록으로 여기게 하는 기법도 잊지 않았다.

소설의 이야기는 프란체스코 수도사인 윌리엄은 베네딕트파 멜크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의뢰받아 수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드소는 윌리엄의 조수로 따르게 된다. 그런데 윌리엄 수도사가 사건을 맡고 수사를 시작한 이후로도 계속 수도사들은 죽어간다. 아델모를 시작으로 6명의 수도사와 아드소가 연민했던 한 여인에 이르기까지 죽음은 계속된다. 그런데 이들은 수도사들은 한결같이 손가락 끝과 혀가 시커멓게 타들어간 채 죽어 있었다.

그리고 죽음은 모두 비밀 장서관과 관련돼 있다. 사건의 흐름속에 동양의 한방 약초의학술의 전개와 철저한 청빈을 강조한 수도원 내부의 갈등과 인간에 대한 열망, 신에 대한 회의 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이야기는 지혜롭고 명석한 윌리엄 수도사가 7일에 걸쳐 수도원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내용이다. 결국 호르헤 수도원장이 수도사들에게 비밀 장서관의 출입을 철저히 막으면서 읽지 못하게 한 책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결말로 치닫는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기발하고 흥미진진한 구성력은 물론 중세와 근대로 넘어오는 가치관의 가장 큰 경계, 중세시대 가치관이 지닌 냉엄함에 대한 비판, 동양의 신비주의에 대한 갈증 해소, 그리고 추리를 위한 철저한 계산과 배경설계를 갖추고 있다. 

많은 독자들이 최고의 찬사를 보낸 이 책을 읽으며 윌리엄이 밝혀낸 연쇄살인의 두 가지 열쇠를 찾아보기 바란다. 호르헤 수도원장이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악마로 여긴 그 책과, 그 책에서 설명한 인간의 본성을 밝힌 문학의 요소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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