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굣길에서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본 적이 있다. 이야기의 화제는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연예인 이야기거나 학교생활, 그리고 학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들을 관찰한 지 10여분 만에 민망하게도 이야기의 대부분은 욕을 포함한 듣기 거북한 단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학생들이 문제아이거나 불량 청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품행도 단정하고 모범생인 여러모로 보나 평범한 학생들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화를 할 때 이렇게 욕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욕은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은밀한 언어가 아니라, 욕을 잘하는 것이 오히려 권위의 표지이자 멋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욕을 하는 학생은 대부분이 문제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은 우등생과 그렇지 않은 열등생을 가리지 않고 친근감의 뜻으로 말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린 여학생들의 입을 통해서도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일상어가 돼 버렸다. 심지어는 부모님, 선생님 등 어른들을 향해서도 욕설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처음으로 욕을 접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로 욕설이나 비속어를 접하게 되는 연령이 점차로 어려지고 있는 지금, 언제 접하게 됐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차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무심코 배우게 되거나 심하게는 유치원 때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뭔가 멋져 보인다는 생각에 사용하게 됐다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렇듯 어릴 때 배운 욕이나 비속어 등이 성년이 됐을 때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말할 때 나오는 미세한 침 파편을 모아 침전물을 분석했는데,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침전물의 색깔이 달랐다고 한다.

침전물은 평상시에는 무색이었지만 '사랑한다' 는 말을 할 땐 분홍색,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 욕을 할 때의 침전물은 짙은 갈색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갈색 침전물을 모아 실험용 흰쥐에게 투여했더니 쥐가 몇 분 만에 죽고 말았는데, 그는 이를 '분노의 침전물'이라고 하면서 욕이 뇌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인간의 본성과 감정에 관여하는 '감정의 뇌'에 해당하는 부분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을 경우 스트레스가 누적돼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욕할 때의 뇌는 폭력 행동을 할 때의 뇌 상태와도 매우 비슷하며, 폭력 행동 때 나타나는 신체반응 역시 공격적인 욕을 할 때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10월 달은 한글날이 있어서 한글에 대한 소중함과 중요성을 강조해 욕, 비속어 , 금기어 등을 사용하는데 어느 정도의 미안함과 제약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욕의 사용이 멋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학생들에게는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획기적인 방안이 모색돼야한다고 본다.

욕을 사용하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상태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욕이 아닌 운동으로 풀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공익광고 방송중에 '욕을 빼고 대화하기'라는 방송이 눈에 띈다. 학생들의 대화의 대부분이 욕인 점을 감안하면 욕없이 대화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 듯이 생활 깊숙이 들어온 욕이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대화의 단절이 의심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쓰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인 한글이 좀 더 빛날 수 있을 것이며, 세계적인 언어로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란 확실한 믿음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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