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著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skind). 그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작은 극단의 의뢰로 쓰게 된 '콘트라베이스(1984년)'가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이듬해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향수'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항상 출판될 때마다 세인들의 관심을 일으켰고, 작품은 그러한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그런 그가 1991년 발표한 '좀머씨 이야기'는 한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기이한 아저씨에 대한 회상으로 몽환적이면서도 괴기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동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텅 빈 배낭을 짊어지고, 길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뭔가 시간에 쫒기는 사람처럼 잰 걸음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묵묵히 걸어다니기만 하던 좀머씨는 어린 소년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며 꿈속에까지 나타나 궁금증을 잔뜩 불어넣는다. 그리고 나무타기를 좋아하던 그 어린 소년이 더이상 나무를 탈 수 없게 됐을 때, 수수께끼 같은 좀머씨는 사라져 버린다.

그런 좀머씨에 대해 동네 사람들은 그의 이름만 알 뿐 다른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의 아내가 인형 만드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산다는 것 외엔.

소설의 한 구절에서 보면 '이른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좀머 아저씨는 그 근방을 걸어다녔다. 걸어다니지 않고 지나는 날이 1년에 단 하루도 없었다.

눈이 오거나, 진눈깨비가 내리거나, 폭풍이 휘몰아치거나, 비가 억수로 오거나, 햇빛이 너무 뜨겁거나, 태풍이 몰아치더라도 좀머 아저씨는 줄기차게 걸어다녔다'라는 대목을 보면 걷는 행위가 그의 삶의 전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복잡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 외쳐보고 싶은 소리가 아니었을까?

<김성진 성포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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