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문은희 著

김선진(37.수월愛아띠 회원)

모든 어머니들은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나역시 그렇다. 사실 아이를 가졌을 때 그 아이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거나 양육방침을 세우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희망하고, 남들보다 먼저 걷고, 뛰고, 글을 깨우치기를 바라게 된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결국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아이에게 더 힘든 짐을 지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 엄마는 내가 학창시절에 큰 잔소리를 안 하셨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배움이 짧아서 자신이 없으셨다. 그래서인지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공부해라"고 하진 않았다. 항상 내가 결정하면 그냥 수긍하셨다. 남들이 볼 때 부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자라면서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으로 볼때 무척 아쉬운 점이 많다. 지금도 인생의 1/3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엄마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진로를 걱정하고 인생의 방향을 말씀해 주셨다면 구체적인 목표로 더 열심히 진로를 고민하고 노력했을 것이다.

이런 심리에서인지 내 아이에겐 항상 잔소리를 많이 한다. "공부해라, 정리해라, 빨리해라." 보통 자기 부모를 닮아간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도 많이 한다. 가끔 내가 말할 때 날 빤히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에 부끄러운 맘도 든다. 내가 조금만 기다려주면 되는데 아이를 다그치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는 이런 엄마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아이가 얼마나 애쓰다 지쳐가고 있는지 말하며 그 원인으로 엄마의 심리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나에 대해 이해와 극복을 통해 아이와의 바람직한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내가 받지 못한 것을 또는 내가 받고 싶었던 것이 과연 아이도 원하진 않을거란 거다.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아이의 미래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자나 깨나 자식 걱정뿐인 부모보다는 지금 아이가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는 것을 알아주는 공감이 선행돼야 하며 거기에 바람직한 길을 제시해 준다면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해 질 것이다.

나는 가끔 우리 아이에게 "오늘 행복했니?"라고 물어본다.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날은 물어보기 무섭게 "응"이라 답한다. 요즘같이 학교와 학원에 쫓기는 날은 "글쎄, 잘 모르겠어"라고 한다. 아이가 뱃속에서 "건강하게만 태어나라"라고 말했던 걸 떠올린다면 지금 아이가 원하는게 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