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위하여…한수산 著

이동문(52·쌍근마을 이장)
다 용서한다. 너는 이제 새 사람이다. 나는 숨이 멎어서 앉아 있었다. 어제까지의 지난날은 다 잊거라. 용서한다. 너는 새 사람이다. 아 하느님. 하느님은 나에게 손으로 오셨다. 그리고 말씀으로 오셨다. 용서한다고. 나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때리면 소리가 나는 종이 되어 있겠습니다. 당신 뜻으로.  ― <10장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중에서

한수산 작가가 2010년 펴낸 장편소설 '용서를 위하여'. '그리운 이름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부제목이 붙어 있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작가의 개인적 체험과 함께 엮어낸 작품이다. 때문에 때론 픽션을, 때론 논픽션을 넘나들며 독자들의 눈을 독특한 구성과 매력으로 사로잡는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군부정권에 의해 무자비한 감금과 폭행을 당했던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군부정권에 대한 비판과, 김수환 추기경이 온 세상에 전한 평화의 메시지를 절묘하게 대비시켜 녹여냈다.

사회에서 빚어지는 많은 현상들 속에서 때론 분노와 고통과 절망을, 때론 기쁨과 환희와 행복에 겨운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용서와 화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껴안게 만들고 있다.

'용서란, 삶을 사랑하라는 것'이라는 말처럼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용서를 통해 아픈 기억을 지워버리고 다른 사람까지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깊은 고뇌와 대한민국 종교계의 '아버지'가 우리 삶에 전하는 메시지가 진하게 뇌리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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