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미꾸라지가 많았다. 집 앞에 작은 도랑이 있었는데 거기서 미꾸라지를 잡아 검정고무신에 담아 놀았던 기억이 난다. 여름에 비가 오면 마당에 미꾸라지가 꿈틀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어른들은 미꾸라지가 비를 타고 하늘로 오르려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가을추수를 앞두고 물을 빼고 논을 말리기 위해 논가를 삥 둘러 도랑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를 '도구 친다'고 한다. 그때 엄지손가락보다 굵은 배때기 누런 미꾸라지를 양동이 그득하게 잡았다.

예전에는 대부분 천수답이라 논가에 작은 듬벙을 만들어 가물 때 물을 퍼 올렸다. 추수가 끝나고 나서 이 듬벙에 물을 퍼내면 바닥에 미꾸라지가 바글바글했다.

자세히 보면  몸체가 작으면서 둥글며 꼬리의 가장자리가 평평하고 등과 배의 색깔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미꾸리'와, 몸체가 크면서 납작하고 꼬리의 가장자리가 날카롭고 등과 배의 색깔이 별 차이가 없는 '미꾸라지' 두 종류가 있다. 이 둘은 겉모양이나 습성이 비슷하지만 별개의 어종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통칭 미꾸라지로 불렸다.

추어탕에는 미꾸라지보다 미꾸리가 훨씬 구수하고 맛이 있다. 그러나 식당에서는 미꾸리를 거의 쓰지 않는다. 미꾸라지는 치어에서 1년이면 성어가 되지만 미꾸리는 2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미꾸리가 훨씬 비싼 탓이다.

두 어종 모두 아가미 외에도 장으로도 호흡을 한다. 입으로 마신 공기가 장을 통과하여 항문에서 방귀가 되어 보글보글 배출하기 때문에 '밑이 구리다'는 의미의 '밋구리'를 어원으로 보기도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물을 흐려 놓는다'는 속담은 미꾸라지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하루에 천 마리의 모기유충을 잡아먹고, 미꾸라지가 가만히 있을 때 보면 그 주변이 맑아지는데 이는 미꾸라지의 몸에 미끈거리는 점액 뮤신 때문이며 이 물질이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

이래저래 미꾸라지는 이로운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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