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어렸을 때 어머니는 농사에는 마이다스 손이었다. 냇가 방천에 호박을 심으면 들고 가기가 버거울 정도로 커서 아버지께서 바지게로 지고 날랐다.

그런데 내 기억에 호박을 수확하면 그 중 제일 크고 잘 생긴 놈을 골라 날더러 담임선생님 갖다 드리라고 하면서 제쳐 놓으셨다.

무면 무, 배추면 배추를 한 다발 선생님 몫으로 챙겨 두셨다.

그러나 내가 초등학교 6년을 다니는 동안 어머니는 학교 문턱도 오신 일이 없다. 글자도 못 읽으시는 당신에게는 내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하늘이었다.

학교에서 벌을 서거나 맞아도 집에 오면 입도 벙긋 못했다.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다는 어머니의 논리는 맞은 자식보다 때린 선생님 편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은 '매 맞는 선생님' 시대가 되고 말았다.

자식이 선생님에게 맞았다고 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에게 욕을 하고 머리끄덩이를 낚아채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세상이다.

더구나 아이들조차도 선생님께 폭력을 휘두르는 코미디 같은 세상이 되고 말았다.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막말과 폭력을 당한 교권침해 건수가 2010년에 2,226건, 작년에는 4,801건이라는데 이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혹자는 '선생님'이라는 용어가 남발되면서 존경의 가치를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과외선생님, 학습지선생님, 심지어 길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도 선생님이다. 옛날에는 선생님이라는 용어 속에 자연스럽게 존경의 의미가 포함되었지만 지금은 흔해 빠진 게 선생님이니 뭐 대단할 것도 없다.

혹자는 있든 없든 공짜인 공교육이 싸구려 이미지와 함께 선생님까지 얕보는 구도로 몰아간다고 했다.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학부모가 교사를 때리거나 막말을 퍼부으면 징역 10년에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특별교육까지 받게 된다고 교육부가 밝혔다.

이런 법까지 만들어야한다니 이 시대에 선생님된 것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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