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추석 전날 밤에 불어 닥친 태풍 '사라'호는 거제도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최대풍속 55m/s라는 한반도 기상관측 상 최강의 세력이 부산을 중심으로 통과하면서 태풍의 오른쪽인 거제도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인명사고도 많아 추석 무렵에 제사를 지내는 가정은 그때에 희생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거제도와 멀리 떨어진 육지 사람들은 태풍 사라호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잘 모른다.

현대판 조선시대를 재현시킨 2003년 9월의 슈퍼태풍 '매미'때는 강풍으로 송전철탑이 무너지면서 거제도는 5일 동안 촛불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암흑천지로 변했다.

전기가 없으니까 컴퓨터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은 무용지물이었고,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으니까 밥은 어떻게 하더라도 설거지는 그릇 닦는 수준이었고, 화장실 사용은 물론이고 세수도 제대로 못했다.

지금의 와현마을은 매미 때 해일이 덮쳐 마을 전체가 풍지박살이 났고 그 후 마을 전체를 산쪽으로 옮겨 새롭게 조성된 새마을이다.

이번에 한반도를 찾아온 태풍 '볼라벤'과 연이어 불어 닥친 '덴빈' 역시 강력한 태풍이지만, 서해안 쪽으로 진로를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거제도에는 피해가 적었다.

며칠 전 농산물유통센터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이번 태풍으로 낙과한 사과를 반값에 파는 행사라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기다리던 과일들이 80%이상 떨어져 실의에 빠진 농민들을 돕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행사 30분 만에 사과는 동이 났다.

1991년 일본 최대의 사과 생산지 아오모리 현에 초속 40m의 태풍이 불어 수확을 앞둔 사과 90%가 낙과했다. 농민들이 실망에 빠졌을 때 그들은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를 '합격사과'라는 콘셉트로 보통 사과의 10배 가격으로 팔아 성공을 거둔 일이 있다.

그들은 떨어지지 않은 사과에 스토리를 담아 어려움을 극복했다면, 우리는 떨어진 사과에 사랑을 담았다는 점이 같은 태풍사과라도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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