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대마도(쓰시마)에 갈 기회가 생겼다.

부산에서 하타카츠항까지 불과 1시간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대마도에서 본토인 규슈(九州)까지는 147km 떨어져 있지만, 부산은 그의 약 1/3정도밖에 되지 않는 49.5km에 불과하다. 날씨가 맑은 밤이면 대마도 와니우라 산언덕 위에 있는 한국전망대에서 부산 광안대교의 불빛을 훤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지척의 거리다.

쓰시마시의 인구는 거제시 인구의 14%정도인 3만4,000명에 불과하지만, 넓이는 약 1.7배쯤 크다. 그러나 농경지가 전면적의 3.4%로 먹고 살 식량이 부족하여 옛날에는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에 침략하여 노략질을 일삼았다.

오죽했으면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이 죽을 때 '나를 바다에 장사 지내라. 그러면 내가 바다의 용이 되어 왜인들의 침입을 막겠다'고 유언을 했겠는가.

고려 원종 12년에 거제는 왜구의 등쌀을 견디다 못해 거창으로 이주했다가 세종 14년에 거제섬이 환원되면서 되돌아 온 적도 있다. 왜인들의 한반도 침략은 농경지가 턱없이 부족했던 그들로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고, 우리 입장에서는 참으로 성가신 골칫덩어리였다.

고려 창왕(1389년) 때 박위의 대마도 토벌과, 조선 세종(1419년) 때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 이후 왜구의 활동이 거의 사라졌고, 이후로는 우리와 평화적 통상관계를 유지하다가 임진왜란으로 인해 깨지고 만다.

고려 말부터 우리 조정에 조공(朝貢)을 바치고 대신에 쌀을 답례로 받아갔을 만큼 일본보다는 우리의 영향력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대마도를 우리 땅으로 예속시키지 않은 것은 농경지가 없이 산으로만 이루어진 아무 쓸모없는 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대마도는 산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와 다른 점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이 부족해도 산을 깎아 논을 만들지 않았고,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지도 않았다. 길이 좁으면 좁은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순수의 섬 그대로였다.

우리라면? 혼자 그렇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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