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건 국립경상대학교 교수 / 대외협력본부장

정우건 교수
우리 시대는 '스토리'에 목마르다. 올림픽 금메달도 그 자체보다 주인공의 칠전팔기 오뚝이 같은 인생 스토리가 소개될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역사성과 휴먼스토리가 적절히 섞인 관광지에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이 몰린다.

한국전쟁이 극단의 광기를 부리던 1950년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국군과 UN군 10만 5000명의 병력, 1만 7000대의 차량과 장비ㆍ물자, 그리고 9만 1000여 명의 북한 피란민이 철수한 '흥남철수작전'은 감동적인 스토리이다.

한반도 남쪽, 내 고향 거제가 요즘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바로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한 이견들 때문이다. 감동적인 휴머니즘과 역사성ㆍ평화주의 등이 적절히 섞여 있는 거제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애향정신과, 우리 고장의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자는 참여정신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국비ㆍ도비ㆍ시비를 합하여 280억 원을 투입하게 될 대규모 지역발전사업이 내부 논란 때문에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겠기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호국평화공원'이라는 명칭을 '자유평화공원'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겠다. 흥남을 철수하여 거제로 피란온 사람들의 성격이나 그들이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은 '호국'보다 '자유와 평화'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기리는 공원은 '자유공원'이고, 남북분단의 아픔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는 임진각의 공원은 '평화누리공원'이며, 원자폭탄의 참상으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을 나타내는 일본 나가사키의 공원은 '평화공원'이다. 다행히 '자유평화공원'이란 이름은 세계 어디에도 아직 없다.

둘째 흥남철수 당시 사용됐던 실제 빅토리아호가 없으니 같은 선종(船種)을 갖고 오자는 논의는 분명히 재고하는 게 좋겠다. 최근의 '짝퉁 거북선'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또 하나의 '짝퉁 빅토리아호' 논란에 휩쓸릴 수 있다.

우리나라가 조선대국(造船大國)이라는 위대한 사실을 이 사업에 접목하여, 빅토리아호의 설계도를 입수하여 외형만을 건조, 전시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외형은 원형을 복원하고, 내부는 각종 전시ㆍ체험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거제에 위치한 조선업체의 후원이나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참여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참여하는 시민들의 이름과 염원을 네모난 철제조각에 새겨 선체를 이어 붙인다면 피란오던 이들의 마음과 하나가 될 것이다.

셋째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자'는 우리 시대의 화두를 빅토리아호 전시 위치 선정에도 적용했으면 좋겠다. 맑은 바닷물과 자갈ㆍ모래가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인 당초의 예정위치는 그대로 두고, 현재 장승포 마전동에 이미 만들어진 인공매립지를 확충하면 '자유평화공원'을 건립하는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다. 교통의 편리성, 주변경관과의 조화, 당초 예정지의 처리 문제 등은 큰 원칙이 정해지면 오히려 쉽게 풀릴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사에서 흥남철수작전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한다고 한다. 영화 '아, 흥남'은 기존 그 어떤 전쟁영화보다 역사에 길이 남을 감동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은 정든 고향을 버리고 피란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흥남 주민도, 이들을 도왔던 한국군ㆍ미군도 모두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는 인간 본연의 정신에 가장 충실했기 때문이요, 거제도는 그러한 인간정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우리 고향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모두가 감동하고 치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스토리에 목마른 우리시대에 기념비적인 공원 하나가 고향 마을에 만들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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