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폭염특보제가 도입되었는데 경남에는 7월 초에 벌써 폭염주의보가 곳곳에 발령되었다.

최고기온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이 예상되면 폭염주의보를, 35℃ 이상이면 경보를 내리게 된다.

'오뉴월 더위에는 암소뿔이 물러 빠진다'고 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자동기록식온도계가 발명된 이후 최고의 더위는 1922년 9월 13일 멕시코에서 무려 58℃를 기록한 적이 있다.

왕곡의 고열행(苦熱行)이란 시 중에 만국여재홍로중(萬國如在紅爐中 : 온 나라가 붉게 타는 화로 속에 있는 것 같다)이라는 경우가 바로 이럴 것이다.

절기상 이 무렵이면 애벌 중벌 만물이라 하여 세 번에 걸쳐 논매기를 했는데, 염천의 햇볕을 등에 지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논바닥에 엎드려 일하다보면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배는 고픈데 먹을 건 없다.

이럴 때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황구(黃狗)야 말로 입맛 나는 먹을거리였다. 소는 나라에서 못 잡게 했고, 돼지는 재산이고, 닭은 사위가 올 때라야 겨우 잡을 만큼 귀한 동물이다.

그에 비해 개는 어느 집에서나 한 마리쯤 키운다. 키운 개를 초복에는 누구네 개, 중복에는 누구네 개하면서 약속된 순서에 따라 잡는다. 마을사람들이 같이 먹으려면 가마솥에 푹 고은 개장국이 제격이란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가마솥더위'를 '가마솥의 황구'로 멋진 한판 승부를 거는 복날의 여름 풍경이었다.

초복은 하지 후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이다. 오행(五行)으로 여름은 화(火)고, 경일은 금(金)으로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火克金)에 해당한다. 복(伏)자는 여름 화기(火氣)에 금(金)이 납작 엎드려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런 복날에는 쇠(金)의 기운을 가진 개가 최고의 보양으로 꼽혔는데, 하필이면 이 '엎드릴 복(伏)'자가 '사람(人)이 개(犬)를 먹는 날'을 상징한다는 엉뚱한 해석도 해볼 만하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