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장 앞 도로 주차장 '전락'…체육관은 수용소 방불케 해

▲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된 제17회 거제수협장기 수영대회에 참가한 선수와 가족들이 동부초교 체육관에서 대기하고 있다.

"인구 24만을 바라보며 전국에서 제일 잘사는 도시라고 자랑하는 거제시지만, 반듯한 수영장 하나 없이 학교 수영장에서 거의 모든 대회를 치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지난 11일, 수협장기 수영대회가 열린 동부초등학교 앞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도로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차량으로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형버스와 트럭들은 거의 1차선으로 좁아진 도로를 빠져나가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이 같은 현상은 제17회 거제수협장기 초·중학생 수영대회가 초등학교 수영장에서 열리면서 비롯됐다. 많은 학부모들이 대회장을 찾았지만, 내리는 비 때문에 주차장으로 활용하던 학교 운동장 사용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불편도 컸다. 학교 곳곳에 천막을 설치해 대회에 나섰던 예년과 달리, 비를 피해 학교 체육관과 수영장을 오가며 대회를 치렀다.

작은 체육관에 250여명의 참가 선수와 200여명의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이 몰리면서 수용소를 방불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학부모 A씨는 "대회에 참가한 아들을 응원하러 왔는데 시설이 너무나 열악해 아들에게 되려 미안했다"면서 "체육관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을 때는 아이를 볼 면목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도로가에 차량을 주차해도 된다는 말에 주차를 하면서도 마음이 개운치만은 않았다"면서 "학부모를 위한 편의시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설은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대회 당일 많은 비가 내려 학교 운동장 사용이 어려워졌다"며 "거제경찰서에 협조를 요청해 학교 앞 도로 가에 주차를 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거제시에는 대회 개최가 가능한 50m 레인을 갖춘 곳이 동부초교 수영장 밖에 없다"면서 "거제시 수영협회 측에서도 행정에 수영장 건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영장 건립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 "새로운 체육전문 시설을 신축하게 될 경우 수영장 건립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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