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사우디아라비아는 무척 더운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이라도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고, 여름이면 체온과 비슷한 평균 35도를 훌쩍 넘는데다 심할 때는 45도에 이른다. 자동차 보닛 위에 계란을 깨어 놓으면 프라이가 될 정도다.

이곳에 석유난로를 팔아 중동시장의 80%를 석권한 우리나라 '파세코'라는 중소기업이 있다.

낮에는 혹서지만 사막과 산지가 많은 중동지방에는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밤이면 약간의 온도만 내려가도 추위를 느끼는데 착안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석유난로가 연료비도 비싸고 그을음과 냄새, 그리고 일정한 시간마다 석유를 공급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천덕꾸러기가 되었지만 석유가 풍부한 중동에서는 인기 품목이다.

더구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 붙잡힐 때 옆에 있던 난로가 바로 우리나라 파세코였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졌다.

더운 사막 지방에 난로를 판다면 추운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팔 수 있을까?

알래스카는 추워도 그냥 추운 게 아니라 영하 30도가 보통으로, 천지가 하얗게 변해 방향감각이 없어지는 화이트아웃 현상까지 나타나는 곳이다. 이런 곳에 냉장고를 판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70년대 일본을 시작으로 지금은 우리나라 제품도 잘 팔리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음식이 상하지 않는 대신 얼어버리므로 적절한 온도에서 얼지 않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냉장고가 필요한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LG냉장고가 세계최고의 판매율을 차지한다.

상식을 깨는 기발한 아이디어. 이런 것을 '역발상' 곧 뒤집어서 생각하는 '생각의 기술'이다. 라면 국물은 빨갛다는 통념을 뒤집어 놓은 '꼬꼬면'이나, '헬로(hello)'를 뒤집어 '올레(olleh)'로 만든 KT의 마케팅이 좋은 사례다.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기)'로 세계 IT시장을 석권한 스티브 잡스의 역발상은 영원한 화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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