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마누라'라는 말의 발생지는 경상도라고 한다. 결혼한 신혼 첫날밤 신랑이 부끄러워하는 신부에게 하는 말 "마! 누∼라"

그런데 이 마누라라는 용어를 젊은 여자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얕잡아보는 듯한 느낌이 있고, 특히 '영감'이 짝이 되기 때문에 늙은 티내는 듯해서 더욱 그러하다. 사전에도 '마누라'는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어 기분 좋을 리 없다.

점잖게 말하려면 자기 아내를 소개할 때는 '처(妻)'라고 하고, 남의 아내를 말할 때는 '부인(婦人)'이라고 한다.

요즘은 늙으나 젊으나 '와이프(wife)'로 통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와이프라는 말이 더 자존심 상할 수 있다.

아내처럼 우리말 호칭에는 어느 한 남자에 대한 짝을 말하지만, 와이프는 어원상 누구에게나 상대될 수 있는 단순한 '여자'라는 의미뿐이다.

일부다처제의 문화적 관습이 다분히 내포된 용어인데도 영어로 말하니까 무슨 고급 언어인양 여기고 있다.

'아내'의 옛말은 '안해'로 지금도 북한 문화어로 쓰이고 있다. 혹자는 '안에 있는 해(日光)'라고 우기지만 '안'은 '밖'의 반의어이고, '해'는 그냥 호칭에 붙는 접미사에 불과하다.

내자, 집사람, 안사람, 여편네, 안주인 등이 모두 같은 의미다. 남녀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페미니스트 입장에서는 아내라는 이름이 그렇게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마누라'의 옛말은 '마노라'였다. 마노라는 본디 남녀 성구별이 없이 임금이나 왕후에게 붙였던 극존칭어였다. 그러나 왕권의 약화와 더불어 사대부집 하인이 주인을 일컬었다가, 조선후기 신분제도의 몰락과 함께 아내를 높이는 우리말로 변했다.

지난주가 제17회 여성주간이었는데 여편쪽에서는 남편쪽을 기껏해야  '영감'이라는 정3품 벼슬밖에 안쳐주지만, 남편쪽에서는 여편쪽을 왕후의 반열에 올려 '마누라'라고 불러주는 한국 남자들의 배려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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