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초등학교 교실, 과학수업에 쓸 실험용 쥐가 도망을 치자 선생님과 아이들이 쥐를 찾기 위해 수색을 벌였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쥐 잡는 것을 포기하고 수업이 시작되자 교실은 조용해졌다.

그 때 한 소년이 교실 뒤편 벽장을 가리키며 쥐가 거기에 있다고 일러주었다.

정말 거기에는 교실을 소란케 했던 쥐가 숨어 있었다.

이 소년은 출생 후 인큐베이터 안에서 산소과다 공급으로 실명한 불행한 아이였다. 거기다가 집은 가난했고 피부조차 흑인인 탓에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아 늘 혼자 외롭게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날 오후 선생님은 소년을 불러 "넌 그 누구도 갖지 못한 특별한 귀를 갖고 있구나"라고 격려했고, 이 말이 소년의 인생을 바꾸어 놓게 된다.

눈이 멀어 늘 방에서만 지내야했던 소년이 가장 가까이할 수 있었던 것은 라디오였다. 그 라디오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소년은 탁월한 청력으로 익힐 수 있었다.

이 소년이 바로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1963년 불과 12살 나이에 첫 앨범을 발표한 전설적 뮤지션 스티브 원더(Stevie Wonder 1950- )다.

그는 30개 이상의 탑 텐 히트곡을 가지고 있으며, 영화의 아카데미상에 비교되는 음반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Grammy Award)을 21번이나 수상했으며, 가수로서는 더 없는 영광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오른 20세기 최고의 대중음악 뮤지션이다.

이번에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 판사가 탄생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력이 나빠지더니 대학 1학년 때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으로 1급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사법고시에 다섯 차례 도전 끝에 합격했고, 연수원 성적 40등 이내에 들면서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가 된 것이다. 며칠 전 첫 재판과정이 언론에 공개되었는데 다른 판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이지 않는다면 소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멋있고 아름다운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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