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스님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술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던 시대에는 이런 계율이 없었다.

당시의 수행자들은 식생활 해결을 걸식(乞食)에 의존했다. 음식을 탁발해야 하는 처지에 보시하는 이의 공덕에 따라 주면 주는 대로 공양할 뿐이었다.

채식이든 육식이든 받는 이의 선택이 아니라 주는 이의 뜻에 달려 있다. 나에게 오는 음식도 인연으로 여길 뿐이다. 지금도 티베트를 비롯한 남방불교에서는 고기를 금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불살생계(不殺生戒) 탓도 있지만 술과 고기는 정신을 탁하게 만들어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먹지 못하도록 계율로 묶어두고 있다.

벌써 30년 가까이 연을 맺고 있는 시인스님이 있다. 오로지 공부에만 정진하는 탓에 아직 번듯한 절집도 가지지 않았고 그 흔한 차도 없다.

언젠가 스님이 산에서 내려오셨을 때 내가 약간의 고기를 대접한 일이 있었다.

그때 스님의 말씀이 "속세에서 병이 나면 산으로 가지만, 산에 살다가 병이 나면 속세로 내려와야지요. 속세 사람들이 병이 나면 채소를 먹지만, 중이 병이 나면 고기를 먹어야 낫습니다." 그 한마디가 어떤 설법보다도 감명 깊었다.

중요한 것은 술이나 고기라는 내용물이 아니라 걸림 없는 마음인 것이다.

조선조 인조 때 생불의 칭호를 얻었던 진묵(震默:1562~1633) 선사께서 즐겨 마신 '곡차(穀茶)'나, 만해스님의 제자로 일명 욕쟁이 스님으로 통하는 춘성(春城:1891~1977) 스님께서 하안거 해제일에 맥주 두 박스를 사 와서 마시게 하고는 오늘 먹은 것만큼 더 공부하라고 일갈하신 일화처럼 깨달음은 사소한 계율을 뛰어넘기 마련이다.

그러나 며칠 전 백양사 수산 스님의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승려 몇 분이 호텔방에서 밤새 벌린 도박판은 범인도 지탄 받을 일로, 온 누리가 기뻐해야할 부처님오신 날을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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