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모래, 샛바람 소리길, 언덕바꿈 공원, 둘레길 그리고 바다가 있는 곳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마을, 대한민국 사람이면 여름휴가 기간 동안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구조라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구조라마을이 확 변했다.

유람선, 은빛 모래사장, 작열하는 태양, 넘실대는 파도위의 다양한 수상레저 기구, 형형색색 비취파라솔과 젊음…. 그동안 구조라를 대표했던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이제 구조라는 한 여름 피서객들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어떤 계절에 찾아가도 구조라 마을은 관광객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테마가 있는 마을 골목골목, 사랑이 있는 샛바람 소리길, 역사의 공간 구조라 성터, 낭만의 언덕바꿈 공원, 여유만만 둘레길, 작은 인내와 탄성을 낳는 수정산 산행, 그 모두를 품은 바다가 있는 곳. 이제 우리는 구조라 마을로 간다.

동화가 있는 세상, 구조라 마을의 골목길

와현 너머 구조라 혹은 망치 너머 구조라. 구조라 마을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그 출발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다. 장승포를 경유해 와현마을을 거쳐 구조라를 찾아도 되고, 해안로를 따라 동부면 소재지에서 학동과 망치를 거쳐 도착해도 된다.

여름 피서철을 제외하고, 구조라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의 주차를 비롯한 편의시설 걱정은 기우다. 널찍한 주차장과 깨끗한 화장실은 물론이고 먹거리 걱정까지도 할 필요가 없다.

방문의 목적이 단순히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라도 좋다. 일단은 마을을 둘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담한 섬마을 골목골목은 작은 미로 같다. 모든 길은 바다로 통해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마을 골목은 쉽게 바다를 허락하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은 그러한 특수성을 적절히 이용했다.

자원봉사자들과 힘을 모아 골목을 동화 속 세상으로 만들었다. 낮게 내려앉은 집과 높게 올라간 집, 집과 집의 경계 벽에다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했던 공간에 나비가 날아들었다. 어린아이들이 찾아들어 자전거를 타고 왁자지껄 소리를 내며 놀이에 열중했다. 세계지도가 등장했고 어부와 바다가 벽속에 들어앉았다.

그렇게 마을 골목은 테마가 있는 동화 속 세상, 가장 작은 세상의 중심이 됐다.

"보이소! 여기는 뎅박동이라예~" 샛바람 소리길

"보이소! 여기는 뎅박동이라예~" 샛바람 소리길

동화 속 세상을 벗어나 수정산 초입에 이르면 범상치 않은 샛길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샛바람 소리길'의 시작이다. 샛바람 소리길은 시릿대(표준어 시늘대) 터널을 말한다. 시늘대를 촘촘하게 엮은 듯 조성된 이 터널은 뎅박동에서 '언덕바꿈 공원'으로 오르는 오솔길로, 샛바람을 피하기 위해 심은 일종의 방품림이다.

하늘과 바다를 가려 오직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태어난 이 길에는 바닷바람이 부는 대나무 숲에 닿아 댓잎들이 도란도란 속삭이는 대화만이 들릴 뿐이다.

터널을 벗어나면 문득 하늘이 열리고, 바다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언덕바꿈 공원이다.

솟대의 나열, 빨간 우체통…그리고 역사의 공간

언덕바꿈 공원은 구조라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들여 만든 공원이다.

탁 터여 마을이 한 눈에 조망되는 이곳에는 솟대들이 나열했고, 꽃을 심은 하단이 조성됐으며, 생뚱맞게 빨간 우체통 하나가 늘 그곳에 있었듯 해풍을 맞고 있다. 적어도 사연 있는 나그네가 이곳을 방문했다면 우체통 옆 벤치에 앉아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썼을 것이다.

언덕바꿈 공원을 벗어나면 역사의 공간이 버티고 있다. 구조라성이다. 성의 길이 860m, 높이 4m, 폭 4.4m, 면적은 무려 8,235㎡의 이 성은 조선시대 왜적을 막기위해 쌓은 산성이며 지난 1998년 경남도 기념물 제204호로 지정됐다.

여유로운 둘레길, 수정산 정상

낭만과 역사가 숨 쉬는 공간을 벗어났다면 둘레길을 거쳐 수정산 정상까지 가 봐야 한다. 운이 좋다면 둘레길에서 이곳의 원초적 주인이었던 고라니를 비롯한 바다새 등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둘레길은 야트막한 수정산의 허리를 휘감기도 하고, 5월의 신록이 가득한 남해안 자생 나무터널을 지나기도 하는 여유로운 길이다.

수정산 정상까지의 약 60여 미터의 거리는 만만치가 않다.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편백, 신선과, 산철쭉, 팥배, 미목, 사방오리 나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해 내려오던 '수정'이 하늘에서 떨어질 것 같은 정상에 도착한다.

그리고 수정과도 같은 남해안의 바다와 내도, 외도, 해금강과 일본의 대마도를 만날 수 있다. 그 곳에서의 느낌은 방문객의 몫이다.

어촌정보화마을 구조라의 미래

구조라를 사철 찾고 싶은 마을로 바꾼 것은 주민들이었다. 마을 인근에 외도와 해금강이 있었기에 유람선 선착장이 자리 잡았다.

문제가 있었다. 구조라 유람선은 정해진 시간도 없이 승객이 확보돼야 출발했다. 따라서 적지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승객들을 위해 공간마련이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된 것이 '동화속 세상' '샛바람 소리길' '둘레길' '언덕바꿈' 공원이었다.

상복도 터졌다. 지난달 행정안전부로부터 '선도마을'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구조라 마을을 대한민국 어촌마을이 가야할 이정표를 마련했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둘 일만 남았다.

전국 제일의 관광지 구조라 마을 그 곳에 가면 사랑과 그리움이 교차하고 마을과 바다와 하늘이 쏟아내는 숱한 대화들을 만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구조라 마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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