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행주치마'라는 어원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의 행주산성대첩 때 처음 생긴 말이라 하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약 60년 전에 쓴 최세진의 사성통해(四聲通解)에 행주치마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행주(抹布)치마와 행주(幸州)산성의 행주가 음이 같아 생긴 오류일 것이다.

아줌마의 트레이드마크인 '월남치마'는 월남전에 참가했던 우리 군인들이 가져와 유행시켰다지만 정작 월남에는 월남치마가 없다. 싸구려 원단에 별 디자인이 없이 허리에 고무줄 하나 쑥 넣어 만든 치마로 일할 때나 집에서 그저 편하게 입는 막치마로 월남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당시 사회는 얕보는 사물 앞에 월남이라는 말을 붙였다.

1970년대에 유행했던 '주름치마'는 걸으면 찰랑거리는 흩날림으로 여성스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멋쟁이 옷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서민들 옷에 가깝다. 이 옷이 이세이 미야케라는 일본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에 의해 재해석된다.

인체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주름을 통해 신체를 속박하는 의복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한다는 디자인 철학이 바탕이 되어 직선의 아름다움과 기하학적 조형성으로 '플리츠 플리즈'라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낸다.

옷의 결정적인 결점은 주름이다. 주름이 두려워서 앉는 것도 조심스럽다. 옷의 실용성이란 주름이지지 않는 제품을 말한다. 이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주름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아코디언처럼 잘게 눌러 잡은 주름부터 나비주름, 나이프주름, 맞주름, 박스주름 등 플리츠(주름)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이 주름치마는 이미 고구려 고분벽화의 여인 복식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지난 4월 30일 개관한 올림픽공원 내 한성백제박물관기념 특별전 '백제의 맵시'에서 선보인 백제귀족여인들이 입었던 주름치마는 그 단아함과 화려함이 매우 정교하다.

이 주름치마가 일본 야마토 왕국으로 전해졌고, 오늘날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일본 '플리츠 플리즈'의 독특한 주름의 원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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