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노동자들의 휴식공간으로 고현동에 '둥지'

▲ 거제·통영·고성 노동건강문화공간인 새터 개소식이 지난 4일 고현동 사무실에서 열렸다.

거제·통영·고성 노동자의 고민을 나누고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공간이 탄생했다. 이들 3개 지역 8만 노동자의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대표 김종호)가 거제 고현동에 둥지를 틀고 지난 4일 개소식을 가졌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노동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개소식은 창원지역 풍물패인 '어처구니'의 신명나는 연주로 시작됐다.

풍물패는 새터 인근 골목을 구석구석 돌며 우리가락으로 이웃에게 인사를 전하면서 개소식을 알렸다.

한바탕 놀이를 마치고 고사를 지낸 김종호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거제·통영·고성에는 8만 조선 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정규직은 3만명 뿐이고 대부분의 노동자는 비정규직이거나 계약직 또는 하청업체 직원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조선 노동자들은 물량따라 오늘은 이곳에서, 다음날에는 또다른 일터에서 똑같은 일을 하며 끝없는 불안 속에서 위태로운 삶을 버텨가고 있다"면서 "거제·통영·고성 노동건강문화공간인 새터는 노동하는 이라면 누구든 함께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의 공간으로, 모두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든 노동자들이 편히 드나들고 소통하는 공간인 새터는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에서 기본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조선노동자의 현실을 함께 나누고자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거제·통영 노동자 현항을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1월16일 1차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후 5차례에 걸친 준비모임에서 사업계획 초안 및 제안서를 만들고 규약논의와 명칭을 확정했다.

또 강봉우 준비위원장을 중심으로 출자금을 모금하고, 집기를 기증받았다. 사무실 운영비는 변호사나 의사는 물론 용접공취부사, 도장일을 하는 분들의 월 회비로 마련되고,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상근활동가도 배치했다.

'아는 것이 힘'이듯 새터에서는 근로기준법, 노동법 등 노동자들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건강할 권리,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권리,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이 들었을 때 치료받을 권리도 제대로 알아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산업재해, 직업병, 체불임금, 각종 부당행위 등으로 홀로 고민하는 통영안정공단, 덕포·거제·한내공단의 많은 노동자를 위해 법률상담 및 연대사업도 진행한다.

소득의 30%를 먹고 자는데 쓸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사업, 건강한 삶을 위한 문화사업 등 노동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공동체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김종호 새터대표는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완성차업계 2만여명을 포함해 조선업종 7만9,000여명, 철강 업종 2만9,000여명 등 300인 이상의 대공장 사업장의 노동자만 32만6,000명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조선소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거제·통영·고성 8만 노동자와 함께 숨쉬고 어울리는 공간인 새터의 문이 활짝 열린 만큼, 작은 시작이지만 노동자들의 버팀목으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거제·통영·고성의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희망을 꿈꾸는 공간, 새터는 고현동 992-7번지(린나이 거제점) 2층에 있다. 자세한 문의는 633-8416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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