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와 서해안의 도서지방에는 옥녀봉(玉女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거의 있다. 옥녀는 여성이다. 여성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풍어는 물론 풍랑까지도 여성신의 넓은 옷자락으로 잠재우려 했다.

옥녀봉이 있으면 음양의 조화에 따라 남성을 상징하는 국사봉이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예가 우리 거제의 아주 옥녀봉과 이를 마주보고 있는 옥포 국사봉을 들 수 있다.

옥녀봉 설화는 국문학뿐 아니라 고대 인류사 연구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아주 옛날 옛적에 아내를 잃은 홀아비와 혼기가 찬 딸 옥녀가 살고 있었다.

홀아비는 욕정을 느껴 딸을 범하려 하자 딸은 사람의 탈을 쓰고는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하면서, 아버지가 소가죽 탈을 쓰고 산꼭대기에 올라오면 저가 먼저 가서 기다렸다가 아버지의 원을 풀어 드리겠다고 했다.

산 정상에 올라가긴 했으나 아버지에게 몸을 허락할 용기가 나지 않은 딸은 아버지가 올라와 범하려는 순간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만다.

그제사 아버지는 자신의 욕정을 탓하며 돌로 성기를 찍어 죽는다. 이 옥녀봉 설화는 지방마다 조금씩 각색되어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패턴을 가진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데 이를 프로이드는 아들이 어머니를 두고 아버지와 경쟁관계라고 여기는 무의식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불렀다. 이와 반대로 아버지에 대한 집념으로 어머니를 미워하는 딸의 심리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다.

전남 순천에서는 아버지가 딸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아내가 눈치 채자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게 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9년의 일이었는데 1심에서는 진술의 신빙성 문제로 무죄였으나 2심을 거쳐 며칠 전 대법원에서 아버지는 무기징역, 딸은 징역 20년이라는 중형이 확정되었다.

옥녀의 설화를 통해 구석기시대에는 근친상간이 하나의 문화였을 것이라고 인정되지만, 대명천지 현대에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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