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우고 있는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 40쪽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할머니의 흉상 사진이 실려 있다.

이 할머니가 1990년 평생 동안 모은 50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 원을 충남대에 쾌척한 '김밥 할머니' 이복순 여사다.

지난 2월 23일 열린 충북대 2011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는 평생 노점상을 하면서 모은 돈 43억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올해 여든 한 살의 신언임 할머니가 행정학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김밥 할머니' '노점상 할머니'에 이어 '염소 할머니'가 등장했다.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심마을 산골짜기에서 홀로 염소 40마리를 키우는 일흔여덟 정갑연 할머니가 평생 모은 돈 1억 원을 안의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세평 단칸방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산에서 캔 나물 반찬으로 끼니를 이어가면서도 '죽을 때까지 나라도움 안받고 내 힘으로 살다 가고 싶다'는 할머니의 한마디가 의미롭게 들린다.

말은 다 잘한다.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배워주라고.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잡아주는 공짜고기에 더 매력을 느끼고, 나랏돈에 기대 살려고 기웃거리고 있으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 속담이 괜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말 국회가 0~2세 무상보육을 확정하자 공짜라니까 그 어린 것을 부모가 집에서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애 맡기겠다는 부모가 줄을 섰다고 한다. 심지어 이름난 어린이집은 대기번호가 3,800명에 이른다니 이게 바로 공짜 세상의 표본이다.

허기야 요람에서 죽음까지 나라에서 모두 공짜로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거기에 드는 비용은 우물에서 물 퍼오듯이 생기는 돈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할 세금이다.

'내 힘으로 살다 가는 것이 소망'이라는 정 할머니의 한마디가 선거만 의식해서 쏟아내는 정치인의 퍼주기식 복지정책과, 거기에 편승해 공짜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따끔한 충고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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