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조원 옥명 대우아파트 관리소장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입주민들간의 갈등이나 다툼을 해소할 때 가장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경남 함양출신인 서조원(49) 옥명 대우아파트 관리소장은 17년 전인 1990년 2월 삼성사원아파트 가스기사로 거제도와 인연을 맺었다. 그 당시 삼성 사원아파트가 연탄보일러에서 가스보일러로 교체 되면서 가스보일러 AS와 관리를 맡을 담당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AS를 맡아줄 가스보일러사가 창원에 있어 보일러가 고장이 나면 제가 직접 고치곤 했었죠. 다행이 전자 계통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큰 어려움 없이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할 수 있었습니다.”

서 소장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입주민을 만난 것도 바로 그때였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겨울밤, 퇴근해 집에서 쉬고 있던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시계를 바라보니 저녁 11시. 보일러 고장 신고가 접수됐다는 경비원의 전화였다. 추운 겨울이어서 보일러가 고장났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사원아파트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갖난애기가 있는 신혼부부의 집이었다. 서둘러 보일러를 점검해보니 과열방지기가 고장이 나 보일러가 켜지지 않고 있었다.

과열방지기의 안전장치를 풀어 우선 보일러가 돌아가게 만들었지만 혹시나 다른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 서 소장은 부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방이 따뜻해지자 보일러를 끈 뒤 아침에 부품을 가지고와 고쳐주겠다며 새벽 4시가 돼서야 그 집을 나왔다.

서 소장은 “몇년 뒤에 고려5차 아파트 입주업무를 맡고 있을 때 입주민 중 한분이 저를 보시더니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때 보일러를 고쳐드린 아주머니였다”면서 “그 뒤론 그 가족들과 자주 만나면서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사이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삼성 사원아파트에서 신현읍 중곡동에 위치한 고려아파트 관리소로 근무지를 옮긴 서 소장은 90년대 초 전국팔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고려아파트에 속속 입주하면서 문화와 의식 차로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일반 마을과 달리 아파트는 이주민들 간 연결의 끈이 아무것도 없어 다툼이 일어 날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는 서 소장은 “양대 조선소에 근무하는 사원들이 대우와 삼성측으로 나뉘어져 있어 합리적인 관리가 어려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부터 옥명 대우아파트 관리소장직을 맡고 있는 서씨는 아파트 관리규약을 통한 단속보다는 입주민들 스스로 자율적인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규정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입주민간 불신의 벽도 높아진다는 것이 서 소장의 생각이다.

서 소장은 “입주민대표자회의 구성원들이 공동주택 법 규정에 대해서는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거제시가 매년 입주민대표자회의 구성원들과 관리소장 등을 대상으로 법 규정에 대한 강의를 실시, 관리소장과 입주민대표자회의 간 이견차를 줄일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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