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운동선수는 시합 전에 수염이나 손톱을 깎지 않고, 수험생은 시험 치기 전에 미역국이나 죽을 먹지 않는다. 이처럼 어떤 일에 대하여 좋지 않는 결과가 예상되는 불길한 예감을 '징크스'라 한다.

징크스의 어원은 1868년 '기병대장의 징크스'라는 노래에서 기병대장이 말에 오를 때 모자가 떨어지면 싸움에서 진다는 가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선시대 유생들도 시험에 대한 불안은 오늘날과 마찬가지였다. 시험 전에는 게와 낙지를 먹지 않았다. 게는 한자로 해(蟹)인데 '떨어진다', '흩어진다'는 글자 해(解)를 연상시키기 때문이고, 낙지는 한자어로 '낙제(絡蹄)'인데 이는 시험에 떨어지는 '낙제(落第)'와 음이 같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무엇을 했을 때 어쩐지 잘 되는 경우가 있다. 징크스가 부정적 믿음이라면 이는 그 반대 개념인데 아직 거기에 알맞은 용어가 없다. 내 가까운 친구 중에는 우연하게 부산진시장에서 비싸지도 않은 외투를 하나 샀는데 이 옷만 입으면 일이 잘 풀린다고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꼭 이 옷을 입고 나간다. 아들 낳는 것을 아주 중하게 여겼던 시절에는 아들을 낳은 여자의 속곳을, 그것도 달거리 때의 것을 구해 입었다.

일본 아모야마 마을에 초속 30m의 돌풍이 불어 사과의 90%가 낙과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이 사과는 초속 30m의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은 행운의 사과입니다. 대학이나 취직시험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이 사과를 먹어십시오"라는 광고로 사과 값은 천정부지로 솟아 더 많은 수입을 올렸다.

거울은 잘 보라고, 포크는 잘 찍으라고, 휴지는 술술 잘 풀리라고, 백합은 100% 합격하라는 의미로 선물한다. 여학생이 앉았던 방석에 앉아 시험을 보면 점수가 잘 나온다는 것은 이미 남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요즘 인터넷 카페에서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입었던 재킷이나 치마를 사고파는 일을 보면 사람은 역시 심리적 동물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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