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28년(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를 하실 때 이를 목판으로 인쇄하여 보급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원본으로 친다.

그런데 지금 그 원본이 남아 있을까? 있긴 딱 하나가 있는데 그게 온전한 상태의 원본이 아니라 앞 두장을 엉터리로 만들어 넣은 책이다.

1504년에 연산군의 친모 윤씨의 폐비 사건과 관련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 사건이 갑자사화(甲子士禍)다. 이로 인해 왕을 비방하는 투서와 방(榜)이 여러 곳에 붙게 된다. 그 내용을 언문으로 썼다는 이유로 연산군은 훈민정음과 관계되는 책들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서 훈민정음 관련 자료들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1940년 7월 안동에서 처음으로 원본이 발견된다.

연산군의 분서(焚書)를 피하기 위해 훈민정음 해례본을 낱장으로 해체하여 둘둘 말아 바깥에 낙서로 위장하여 다락에 숨겨둔 것인데, 이를 간송 전형필 님이 서울에 있는 한옥 집 한 채 값을 주고 사들인 것이 현재 간송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국보 70호 '간송본'이다.

그런데 발견 당시 앞 2장이 없었다. 반포 당시의 원본처럼 꾸미기 위해 지질을 변색시키고, 안평대군의 글씨를 모사해서 없어진 부분을 조작을 하는데 그만 오자가 발견되면서 들통이 나고 말았다.

2008년 상주에서 두 번째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었는데 이 또한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는 상태인데, 그래도 값을 따질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굳이 따진다면 약1조원이 넘는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된다.

문제의 상주본은 B씨가 집을 수리하던 중 나왔다고 했지만, 며칠 뒤 골동품상 J씨가 '고서적 두 상자를 B씨가 사갈 때 몰래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유권 소송이 붙었고, 며칠 전 대법원이 B씨에게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문제는 이 귀중한 고서를 B씨는 어딘가에 숨겨두고 함구하고 있다.

고서를 공기 중에 노출하면 쉽게 훼손되어 버리는데 하루 빨리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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