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이창우

수백년 묵은 동백이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섬 지심도.
섬 전체가 동백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생김새가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 해 ‘지심도(只心島)’라 불리는 섬이다.
장승포만과 마주한 채 자연의 숨결과 일제의 잔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심도를 지난 1일 찾았다.

장승포동사무소 인근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지심도를 향하는 10시30분발 배를 탔다.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배를 기다리던 20여명의 관광객들은 배에 올라타기 전부터 쉴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를 가르던 배는 20여분 남짓한 시간이 흐르자 일행들을 지심도에 내려놨다.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선착장이 관광객들을 맞았다. 은은한 동백꽃 향기가 갯내음에 섞여 코끝을 간지럽힌다.

너비 5백여m에 길이가 1.5㎞가량 되는 지심도는 서너시간이면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진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동백섬이라는 별칭이 붙여질 정도로 지심도는 섬 전체가 동백숲이다. 동백과 해송, 후박나무, 팔손이 등이 뒤덮고 있는 이곳은 수종의 70%가 동백이다.

섬 전체는 좁지만 작은 등산로와 오솔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걸어다니기에 무리가 없었다. 자연경관이 그대로 살아있는 이 섬엔 일제시대 주둔했던 일본군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선착장에서 약 7백여m 떨어져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뒤쪽의 벼랑 위엔 일본군의 탄약고와 그 탄약고를 지키던 포진지, 지하저장고 등이 아직도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대나무가 무성히 자라있는 탄약고는 시대의 아픔을 뒤로한 채 그렇게 섬을 찾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동백숲 속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늘을 가릴 듯 우거져 있는 동백림은 자연 그대로의 정취를 담고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선사하는 푸근함과 고즈넉함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삶의 여유를 안겨준다.

동백숲을 조금 지나다보면 작은 폐교가 수줍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교실 한 칸과 작은 운동장이 전부인 이곳은 동백과 수국이 학생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섬 마루에 오르자 작은 활주로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선전망대가 그리 멀지 않다. 섬 북쪽으로 난 동백숲 터널이 끝나자 코발트빛 바다가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관광객들을 맞는다.

여기저기서 나지막한 탄성이 들여온다. 활처럼 휘어져 바다로 튀어나온 해안 절벽엔 바닷바람을 이겨낸 해송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해안선 전망대에서 좀 더 걸으면 망루를 만날 수 있다. 조금 위험해 보이는 이곳은 해안선 전망대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망망대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답답한 가슴을 한방에 뚫어준다.

지심도에는 동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섬 곳곳에 만개한 매화나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매화꽃 향기가 코끝을 찌르고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잎이 봄 향취를 더해준다.

매화가 피어있는 건너편 밭에는 살구꽃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었다. 먼 발치에 민박집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시대 주민들이 건너가 살았던 기록이 남아있는 지심도는 이후 일제가 군 주둔지로 삼으면서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았고, 해방이 된 뒤 다시 건너온 주민 20여명이 아직 섬을 지키고 있다.

동백과 팔색조의 섬 지심도, 아직도 그 곳엔 원시의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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