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첫 진일(辰日)을 '용날'이라 한다. 올해는 양력 2월 1일로 드물게 임진년 임진일이다. 이날 하늘에 있던 용이 내려와 우물에 알을 낳는다고 믿었다. 아낙들은 첫 닭이 울기 바쁘게 물동이를 이고 가서 우물물을 긷는데 이를 '용알뜨기'라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용날 하루 전에 마을마다 우물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새벽에 맨 처음 물을 길어간 사람은 용알을 떠갔다는 징표로 우물에 지푸라기를 띄워놓는다.

어릴 때 보면 어머니는 떠온 물을 흰 사발에 담아 장독 위에 놓고 손을 비볐다. 용은 출세를 보장하는 상징으로 용알을 차지했으니, 그 손끝에는 자식의 등용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중국 황하(黃河) 상류에 용문(龍門)이라 부르는 협곡이 있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의 고향이 바로 이 용문이다. 그런 까닭에 사기를 다른 이름으로 '용문사(龍門史)'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용문의 낭떠러지는 물이 어찌나 세차고 빠른지 어떤 물고기도 물살을 거슬러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급류를 타고 오르기만 하면 용이 된다하여 '등용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등용의 반대는 점액(點額)이다. '점(點)'은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고 '액(額)'은 '이마'로 용문을 오르기 위해 수도 없이 시도하다가 용이 되지 못하고 떨어지면서 바위에 이마를 찧고 피 흘리는 물고기를 말한다. 곧 출세경쟁에서 낙오한 패배자, 과거에 떨어진 낙방자를 뜻한다.

옛날에는 관료가 되기 위해 과거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첫 등용문이 진사시험이다. 일단 진사가 되어야만 성균관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지고, 문과를 거쳐 관직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사시험에 합격만 해도 군역과 잡역이 면제되고 진사라는 칭호만으로도 향촌의 지도자로 대접받았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이나 등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용날 새벽에 용알을 뜨고 싶어 해도 요즘은 우물은커녕 샘물도 귀하다 보니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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