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난해 5월 '야심차게' 출발

외식문화 '거리' 못좁혀, 이주민 위한 제도적 지원 이뤄져야

▲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 마음재단' 거제지부가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다문화가족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자립을 지원하고, 음식을 통해 다문화사회를 이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출발한 다문화 음식 전문점이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거제에서 경남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난해 5월 야심차게 출발한 '실크로드'의 경우, 최근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종업원을 줄이고 주 메뉴도 바꿨다.

실크로드는 다문화 가정의 자립과 후원을 위해 베트남·인도 전문요리점을 표방하면서 취약계층 6명을 취업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다문화 음식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당초 6명이던 종업원을 3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출발하면서 최저인건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지만, 운영난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메뉴에도 변화가 있었다. 당초 베트남식 쌀국수와 볶음밥 및 인도식 카레 등을 메뉴로 내놨으나, 현재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메뉴로 바꿨다.

실크로드를 운영하고 있는 금강사 성원 주지스님은 "이주 여성의 경우 외식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식당에 와서 음식을 먹거나 일자리를 구한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고객을 한국인으로 변경해 발생된 수익으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약계층 취업과 다문화 음식 제공이라는 두 가지 공익성과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의 이 같은 어려움을 반증하듯, 다문화음식전문점의 경영난은 실크로드만의 현실이 아니다.

국적이 다른 4명의 이주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양산의 '공감' 역시 월매출은 600만원 정도로 운영비의 80%는 노동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공감'은 베트남, 캄보디아, 한식 등 나라별 음식을 팔지만, 인기메뉴는 콩나물국밥과 콩나물비빔밥이다. 

개업 당시 전국 최초로 개업한 다문화공동체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청주의 '무지개시루'는 최근 장소를 옮기면서 개업한지 2년8개월 만에 식당에서 카페로 업종을 변경했다.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의 정승희 차장은 "개업 당시에는 점포가 시내 한복판에 있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해 메뉴변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차장은 그러면서 "다문화음식의 경우 다양한 식재료를 준비해야 되는데 재료비 변동이 심하고, 고용된 이주여성들 간 성격과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상남도는 '다문화음식점 창업지원' 사업을 지난해 시작했다. 다문화음식전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 경남도비와 거제시비 등 총 1억5,000만원을 지원받게 되는데, 김해시의 '통'은 다문화음식점 창업지원 자금을 받은 다문화 전문식당으로는 제1호다.

오는 12일 매장 오픈을 예정하고 있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20평의 식당 운영은 4명의 종사자가 맡았는데 그 중 3명이 이주여성이다. 주메뉴는 커피와 다국적 차 그리고 차와 함께 먹기 간편한 국가별 음식이다.

'통'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어울리는 장소가 된다는 생각으로 1층 영업장 외에도 30평에 이르는 외국인문화체험관을 따로 마련했다.

김해시 다문화지원센터 관계자는 "다문화전문음식점이 이주여성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하면서 일자리도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가 있지만 사실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시민들과 행정에서 공감해주고 사업이 순조롭게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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