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우연히 인생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있기도 한다. 사카린이 바로 그런 경우다.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실에서는 렘슨 교수와 제자 팔베르그가 유기화학 반응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팔베르그가 빵을 먹던 중 깜짝 놀랐다.

그날따라 빵이 유달리 단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생각해 보니 손에 묻어 있던 화합물 탓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사카린이 처음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팔베르그는 교수와 상의 없이 사카린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연하여 벼락부자가 되었고, 렘슨 교수는 배신감으로 제자와 평생 절교하고 만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무려 300배 내지 500배 단 인공 감미료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사카린은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생활필수품이었다. 단맛을 내야하는 모든 음식에는 비싼 설탕 대신 사카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1966년 삼성이 울산에 한국비료공장을 지으면서 건축자재로 위장하여 사카린 2,259포대(약 55t)를 밀수하려다 발각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장군의 아들로 유명한 김두한(金斗漢) 국회의원이 연단에서 발언 도중 "재벌이 도적질해 먹는 것을 눈 감아 주는 내각은 똥이나 쳐 먹어라"고 하면서 가지고 온 인분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석에 뿌렸다.

김 의원은 이 일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다. 최근에 어느 의원이 국회에서 퍼뜨린 최루탄보다 똥이 훨씬 선배다.

사카린은 그동안 발암물질 논란으로 사용이 제한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 WHO에서 '유해물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20년 만에 식약청은 해금(解禁)의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사카린을 과학이 아닌 사람들 인식에 따라 규제를 해왔다"며 잘못된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사카린은 체내대사가 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므로 칼로리가 없어 당분 섭취를 피해야 하는 사람들과 다이어트 식품에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