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최고야]사등면 대리마을

2005년 거제시 1호 농촌건강 장수마을 선정…평화로운 전형적인 농촌마을

고현에서 사곡재를 넘어 성내공단과 금포마을 사이에 대리마을이 있다.

대리마을은 뒤로 준마령의 호위를 받으며 앞쪽으로 사등만의 바다를 호령하는 마을이다. 본래 이름은 큰 마실(건너몰)이었는데 한자로 고쳐부르면서 대리(大里)라 하였다.

14호선 국도변부터 마을 입구까지 넓은 논이 있어 마을 앞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예전부터 평화롭고 아름다워 살기 좋은 마을로 손꼽혔단다. 마을 사람들은 특히 대리마을의 가을풍경을 좋아라한다. 가을이면 진입로에 열 맞춰 핀 고운 코스모스와 단풍이 자아내는 풍경이 특히 운치가 있고 편함을 준다고 자랑한다.

▲ 대리마을에는 층층이 쌓인 오래된 돌담이 많다. 마을 주민들이 세대를 이어가며 쌓아온 돌담에는 대리마을 사람들의 멋과 정서가 녹아있다.

옛 사람들은 대리마을에 맑은 기운이 흐른다고들 말했다. 일찍부터 마을 뒷산인 준마령에는 제천단(소도터)이 있다. 제천단은 소도(蘇塗)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지금도 제천단 주변에는 제를 지내기 위해 왕이 제복을 갈아입던 곳인 고란정, 분향을 했던 본양(향)당 등 유적지가 있다. 마을사람들은 제기바위라고도 부르는데 현재는 이곳에서 사등면이 제를 올린다.

삼호건덕일월명이라 하여 덕이 있고, 해와 달이 밝은 고장이라 하여 '삼호(三好)'의 고장이라 했다. 또한 인심이 후하고 물이 좋아 사람들이 장수하는 마을이다.

그래서 지난 2005년에는 거제시 제1호 농촌건강 장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노인복지를 위해 3년에 걸쳐 약 1억5,000만 원의 사입비를 투입해 농촌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체육시설과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또 마을 공동산을 개간해 산채 밭을 일궜다. 취나물과 두릅 등 소득 작물과 산채를 심어 도시민들에게 체험의 장으로 제공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소득이 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재는 관리의 어려움으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산채 밭이 비탈에 있다보니 노인들이 일하기가 불편하고 쉼 없이 자라나는 잡초들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대리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농한기에는 노는 일손이 많다. 그러다보니 마을 공동으로 농한기에 할 수 있는 사업을 찾고 있지만 녹록치가 않다. 그러나 '산채 밭'을 꾸리며 겪었던 시행착오만큼 대리마을 사람들은 성숙해졌다.

장수 마을로 선정될 만큼 노인인구가 많은 대리마을. 노인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고민하는 시간만큼 노인복지도 성숙해질 것이다.

"실질적인 노인복지정책 필요하다"
"마을에서 어르신들에게 매일 점심을 대접해드리는 등 실질적인 노인복지정책을 펼쳐야 한다."

윤원재 대리마을 이장(53)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생각을 펼쳤다.

윤 이장은 사등면에서 유일한 여성 이장이다. 여성으로서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되었던 이장 일을 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지만, 특유의 리더십으로 2007년부터 마을을 이끌고 있다.

윤 이장의 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해야 어르신들을 잘 모실까'란다. 거창하게 말하면 노인복지와도 통하고 가깝게는 부모님 모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단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마을에서 대접해 드릴 방법을 찾고 있다. 젊은이들이 생업에 쫓겨 일터로 빠져나가고 나면, 마을에는 연로하신 노인들만이 남기 때문이다.

점심 급식은 자연스럽게 홀로 사는 노인들의 안녕도 확인하면서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1석2조 사업이라는 게 윤 이장의 설명이다.

실비 정도의 적은 금액이라도 지원을 받아 조리사를 고용해 점심 급식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비록 한 끼 식사지만 우리네 살아가는 정이 아니겠냐"며 윤 이장은 아름답고 넉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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