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꼭 420년 전인 임진년(1592년)에 일본의 침략으로 국토는 쑥대밭이 된다. 이를 '임진왜란' 또는 '7년 전쟁'이라 부른다.

그리고 60갑자가 7번 돌아 올해 다시 임진년(壬辰年)이 되었다.

임진년은 용띠해다. 용은 머리가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은 호랑이, 발톱은 매를 닮았다.

그런 용에게도 컴플렉스가 있다면 코다. 용의 코가 돼지를 닮아 용은 돼지를 싫어한다. 따라서 띠 궁합에서 용띠와 돼지띠는 상극으로 본다.

필자의 아버지는 돼지띠였고, 어머니는 용띠셨는데도 여덟 남매 낳아 기르셨고, 결혼 60주년이 되던 해에 회혼식(回婚式)도 했으니 궁합은 궁합일 뿐 꼭 믿을 건 아닌 것 같다.

용의 우리말은 '미르'다. 미르는 물의 옛말인 '묻'이 그 어원이다. 따라서 용은 물을 지배하는 신이다.

별주부전이나 심청전에서 보듯 용은 물속 깊은 용궁에서 산다. 신라 문무왕이 죽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다에 무덤을 쓴 것이 대왕암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나 어업을 주로하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생각하는 신제(神祭)가 용왕제다. 가뭄 때 기우제를 드릴 때도 용그림을 붙이기도 한다. 용왕이 비를 관장하기 때문이다.

비록 상상적인 영물이라 하더라도 용은 5천년 동안 우리의 정신생활을 지배해 온 존재로 불교에서는 법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나라에서는 임금의 상징으로, 민간에서는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

임진년은 흑룡(黑龍)띠다. 이는 천간(天干)에 해당하는 임(壬)이 오행(五行)으로 수(水)에 해당한다. 수는 방위로는 북쪽이요, 계절로는 겨울이다. 오방색으로는 흑색에 해당한다. 따라서 용을 나타내는 12지지(地支) 중에 다섯 번째인 진(辰)과 만나면 흑룡이 되는 것이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없듯이 용은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뱀이나 잉어가 변해서 용이 되는 화생론(化生論)을 중요시 한다. 그러기에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