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감자는 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작물에 든다. 그러면서도 가장 천대받아온 서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안데스 산맥 잉카족의 식량이었던 감자가 유럽에  유입된 후 약 400년 동안 '악마의 식물'로 '나병의 원인'으로 또는 '노예가 먹는 비천한 음식'이라며 푸대접을 받았다.

감자가 어두운 땅속에서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악마의 농간이며 지옥의 선물로 여겼다. 여기에는 거의 같은 시기에 들어온 고구마가 달콤한데 비해 빛을 받고 자란 감자는 알싸한 독성 때문에 더욱 그랬다.

1770년 유럽 대기근 때 먹을 게 없어도 구호품으로 보내온 감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프러시아 정부가 기근대책으로 감자를 심으라고 명령하자 국민들이 왕에게 "개도 먹지 않는 것을 우리보고 먹으라고 하느냐"고 반발했다.

아일랜드만은 구황식물로 감자를 심어 목숨을 연명했을 뿐 아니라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영국 사람들로부터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되었다.

세상일이란 새옹지마라 1845년 한파와 더불어 감자잎마름병이 퍼지면서 감자로 일어선 아일랜드가 감자로 망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5년 동안 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굶어 죽었고, 200만명이 배고픔을 참지 못해 미국 등으로 이민을 떠난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조상도 이때 건너간 사람들이다.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은 단일작물에 단일품종을 심었던 것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

오늘날에 와서 감자를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시킨 나라가 미국이다. 해마다 33억 달러의 농업 소득을 안겨주는 작물로, 맥도날드 햄버거는 프렌치 후라이를 만드는 데만 연간 140만 톤의 감자를 소비한다. 특히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미래 우주식량으로 가장 적합한 작물로 감자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감자가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인 4명 중 1명이 비만인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 식단에 감자의 양을 규제하자는 문제를 두고 연방정부와 농민들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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