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한 영국 해군이 휴가를 맞아 실컷 놀다보니 주머니에 돈이 다 떨어진 빈털터리가 되었다. 집으로 가야겠는데 택시 탈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걸어갈 형편도 아니었다. 무작정 택시를 타고 마을 근처까지 와서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기사양반, 택시 속에 1파운드짜리 지폐를 흘렸는데 어두워서 찾을 수가 없소. 가게에서 성냥을 사올테니 잠시 기다리시오"하고 가게로 들어갔다가 나오니 예상했던 대로 택시는 떠나고 없었다. 1파운드면 택시요금의 다섯 배는 넘으니까. 웃자고 하는 서양의 조크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 등장한 최초의 자동차는 1903년 고종황제의 의전용으로 들여온 포드승용차이며, 택시사업은 1912년 '포드T형' 2대를 들여와 시작한 임대영업이 그 출발점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첫 자동차는 1955년의 일이다. 미군으로부터 불하받은 폐차부속에 드럼통을 펴서 만든 지프형 '시발택시'가 거리를 누비기 시작한 것이다. 2도어에 배기량 1,323cc 최고속도 겨우 80km/h였지만 당시 인기는 대단했다. 잘못 들으면 욕 같지만 '시발'은 '처음 시(始)에 떠날 발(發)'로 첫 출발이라는 의미다.

1962년 인천 부평에 새나라 자동차공장이 설립되면서 시발의 시대는 끝난다. 새나라 자동차는 산뜻하고 고급스러운 유선형 세단으로 일본의 닛산 블루버드를 반해체시켜 들여와 조립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정치적 문제에 휩싸여 생산이 중단되고 만다.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택시기사는 시민들의 애환을 몸으로 겪을 수 있는 기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4천억 비자금 조성을 폭로한 민주당 김계동 전의원이 2000년 택시 운전대를 잡은 일이 화제였는데, 얼마 전 신문에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서울시 택시기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소개되었다.

우리 거제에서도 청와대 경호부장과 거제경찰서장을 지낸 김한표 박사가 택시기사로 일한 적이 있다. 낮은 자세로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아름다운 모습은 그가 누구든 언제든 기억될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