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참교육학부모회 거제지회장

지난 11월 14일에 경상남도 고등학교 입학 전형방법개선에 대한 공청회가 경남도교육청 주최로 열렸다. 공청회 내용은 고입연합고사를 현재 초등학교 6학년부터 다시 실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남도교육청에서 고입연합고사를 치르겠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수학능력시험결과가 공개되면서 경남지역 학생들의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하위권이라는 것과, 현재 내신점수 산출을 위해 중학교 3학년 2학기 2차 고사를 11월에 치르고 나면 이후 교실수업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이유로 학생들을 다시 시험의 도가니로 내몰 수는 없다.

우리사회의 모든 가치기준이 시험점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삶의 기준이 성적이 되면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의 입시제도는 사교육시장과 대학들만 배불리기엔 딱이다.

우리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60·70년대와 다른 세상이다.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여 한곳만 바라보게 해서는 안된다.

꼭 대학에 가지 않고도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대학을 가더라도 나의 진로를 찾아 대학을 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성적 비관으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수능성적 결과와 국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결과로 아이들을 희생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따지면 연합고사를 보지 않는 시지역의 아이들의 수능성적과 일제고사 성적이 우수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시계의 방향을 60,70년대로 돌리면 나중에 되돌아 올 길이 너무 멀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까지의 변화의 속도 보다 더욱 빠른데, 시험 속에 아이들을 가둬 어쩌자는 것인지, 그리고 사교육비 부담에 대하여서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3학년 2학기 2차 고사 후 수업정상화가 어려워서 고입연합고사를 다시 치르겠다는 것에 대하여는 고3 교실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시험이 있어야 공부를 하는 이미 그렇게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2차 고사 후 수업정상화는 힘들 수 있다.

좀 어렵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도움이 될 만한 진로 프로그램, 문화 프로그램, 다양한 동아리 활동, 독서, 체험활동 등을 준비해야 한다.

10년 전에 많은 문제들로 인해 아이들을 위해서 폐지시킨 고입연합고사를 학력저하를 이유로 다시 실시한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다시 사지로 몰아넣는 짓이다. 얼마나 더 많은 학생들의 유서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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