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칼럼위원

요즘 '○○데이(날)'니 하여 젊은이들 사이에 많이 쓰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밖에도 새로 생기는 기념일들이 많다. 지난날에는 기념일 날짜를 정할 때 주로 역사성에 따라 이름과 날짜를 정한 예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무거운 의미가 아니라 편하고 익살스럽게 이름도 짓고 날짜를 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재미있다.

개인 사무실을 두고 글도 쓰고 책도 일고 한 적이 있다. 건물의 같은 라인에 미국 남자와 영국 여자의 한 커플이 살고 있어서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만나 눈인사를 하고 지내다가 조금 친해지자 이름과 살고 있는 호실을 서로 묻게 되었다. 그 때 사무실이 11층 11호였는데 그저 1111호라고 하는 대신 쉽고 인상적인 번호로서 '넘버 빼빼로'라고 하여 나의 별명이 '미스터 빼빼로'가 되고 말았다.

2월 14일이 '밸런타인데이'라고 하여 세계 각지에서 이날은 남녀가 서로 사랑을 맹세하는 날로써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2월 14일을 '밸런타인데이'라 한 유래는 로마교회의 성 밸런타인 주교가 군인들의 군기문란을 우려하여 남자들을 더 많이 입대시키기 위해 결혼을 금지하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배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날인 2월 14일을 기념하기 위한 축일이라는 주장과, 서양에서 새들이 교미를 시작하는 날이 2월 14일이라고 믿은 데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날 초콜릿을 보내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는데,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의 밸런타인 초콜릿 광고를 시작으로 하나의 상술로서 일본식 밸런타인데이가 정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밸런타인데이'를 본받아 거의 매달 '화이트데이'는 엿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둥, '블랙데이'는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는 둥 젊은이들 사이에 많은 기념일이 생겨났는데 그 중에 하나로 '빼빼로데이'는 대한민국의 독특한 기념일로서, 초콜릿 과자인 빼빼로를 주고받고 있다. '11월 11일'이 빼빼로 초콜릿과 모양이 닮았다고 그 날이 기념일이 되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것도 유머러스하기는 마찬가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며 21일은 부부 두(2) 사람이 일심동체(一心同體) 하나(1) 같이 되게 하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5월 21일로 정했다고 하니 재미있다.

또하나 익살스러운 기념일이 있으니 '애플데이'라는 사과의 날이 있다. 금년 10월 24일이 제10회 '애플데이'라고 한다. 10월은 사과 수확의 달이고 24일은 둘(2)이 사(4)과 한다는 뜻을 담아 제정됐다고 한다. '나로 인해 마음 아팠을 사람'에게 사과(謝過)하는 의미로 사과를 선물하자는 취지가 들어 있단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고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으니 사과는 곧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다. 제철 사과가 많이 나는 요즘 가족, 연인과 사과를 나눠 먹으면서 계절의 맛도 즐기고 사과 한 알에 담긴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